
지난 시즌 우승팀과 꼴찌팀이 맞붙었지만 그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트 위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특별한 스토리와 함께 올 시즌 새로운 히트상품을 예고했다.
인천 대한항공은 19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삼성화재와 2026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세트스코어 3-1(25-21, 28-26, 16-25, 25-20)로 꺾었다.
결과는 대한항공의 승리였지만 수치 이상의 치열함으로 장식된 경기였다. 2024-2025시즌까지 대한항공을 이끌다 떠난 틸리카이넨 감독과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유광우가 삼성화재로 이적한 뒤 펼치는 맞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1세트에 이어 2세트까지 대한항공이 따내며 순조롭게 승리를 챙길 것으로 보였으나 실상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2세트엔 듀스 승부 끝에 힘겹게 따냈고 3세트를 내주며 긴장감은 고조됐다.

결국 4세트를 가져오며 승리를 챙겼지만 올 시즌 한층 성장한 삼성화재의 전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경기였다. 심지어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아웃사이드 히터 왕빈이 나서지 않았기에 정규 시즌 경기 때는 더욱 힘겨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는 경기였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건 삼성화재 선수들의 달라진 태도였다. 약체로서 흐름이 넘어가며 다소 맥없이 패배를 떠안았던 삼성화재지만 이날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몸을 날려 수비를 펼쳤다.
경기 후 틸리카이넨 삼성화재 감독도 "우리 선수들을 너무 칭찬하고 싶은 게 그냥 보고 당하는 것 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합해 헤쳐나갔다"며 "팬들이 기대할 수 있는 건 열정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이라고 전했다.
특히나 상대가 사령탑과 베테랑 세터 유광우의 전 소속팀인 대한항공이었고 선수들도 비장한 마음으로 나선 것 같았다. 경기 초반부터 득점할 때마다 크게 포효하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소통이 끊이지 않았고 시종일관 떠들썩했다. 더욱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게끔 만들었고 덩달아 대한항공 선수들도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마찬가지로 득점 때마다 세리머니를 펼치며 마치 챔피언결정전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기 후 대한항공 정지석은 "충분히 예상했다. 저쪽에서 말을 많이 하고, (신경을) 긁으면서 할 줄 알았다. 크게 신경 쓰진 않는데 다른 선수들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며 "트레이드 된 선수들끼리 맞붙었고 당사자들은 죽을 맛이었겠지만. 개인으로서 이런 장면을 한 컷으로 바라보면 재밌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지석도 누구보다 진지했고 득점할 때면 격한 세리머니에 앞장섰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는 지적에 멋쩍은 웃음을 지은 정지석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기는 흐름을 타기 위해 우리도 지고 싶지 않고 흐름을 타고 싶었다"며 "주장이다보니까 팀 분위기를 이끌어야 했다. 범실도 많이 했지만 큰 공격에서 책임도 많이 졌다. 결국 해야 될 게 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분명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경기였다. 정지석은 "분위기가 너무 밝더라.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젊은 선수들도 많다보니 팀 분위기가 밝아졌고 아직 합류하지 못했지만 왕빈이 들어오면 호키와 쌍포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재밌을 것 같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 내내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 기대가 부풀었다. 정지석도 "(시즌 때도) 이기기 위해선 해야 한다. 춤도 추고 할 것이다. (신경전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유광우의 가세가 더욱 삼성화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정지석은 "삼성화재가 너무 잘하더라. 이건 (유)광우 형의 힘이 엄청 크다고 생각한다. 오랜 만에 상대해보니 '아 역시 이런 형이었지' 싶을 정도로 까다로웠다"며 "나는 호키만 상대하면 됐는데 미들블로커는 죽을 맛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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