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는 가운데 승부가 이미 기울었어도 LG 트윈스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LG와 KIA 타이거즈의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이 열린 20일 서울 잠실구장. KIA가 2회초 김도영의 만루 홈런으로 7-0으로 앞서 나간 순간 승패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1, 2차전에서 득점 빈곤을 겪으며 연패한 LG가 7점 차 열세를 뒤집기는 분위기상 어려워 보였다.
KIA는 6회와 7회 나성범과 한준수가 솔로 아치를 그리고 8회에도 3점을 보태 13-1, 스코어를 12점 차로 벌렸다. LG가 3연패로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1루쪽 관중석을 가득 메운 LG 팬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정규시즌이라면 이런 상황에선 7, 8회쯤 관중들이 줄지어 구장을 빠져 나가는 장면이 눈에 띄곤 했으나 이번 만큼은 달랐다.
더욱이 이날은 경기 도중 비가 오락가락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으나 가만히 앉아 경기를 지켜보기엔 불편한 상황이어서 몇몇 팬들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관중석 위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중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되는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다. 결국 LG의 탈락으로 남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는 대구, 광주, 수원에서 치러져 이제 잠실구장에서는 프로야구 경기가 '영원히' 열리지 않게 됐다.

궂은 날씨 속 12점 차 패배에도 관중들이 구장을 떠나지 않은 것은 시즌 내내 사랑을 보낸 LG, 그리고 45년간 야구 팬들과 애환을 함께한 잠실야구장에 대한 '예의'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였다.
9회말 LG 공격 2사 후 이주헌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자 LG 팬들은 여느 때처럼 노란 수건을 흔들며 "무적 LG"를 외쳤다. 그리고 경기 직후 LG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나와 시즌 마지막 인사를 할 때도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비록 팀은 2년 연속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야구를 향한 LG 팬들의 변함 없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잠실야구장의 '역사적인'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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