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2루수 골든글러브 선수도, 외야로 떠났던 국가대표 타자도, 독립구단을 거쳐 구단에 합류한 독기 가득한 타자가 모두 2루에 모였다. 한화 이글스의 2루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화는 21일 구단 유튜브 채널 이글스TV를 통해 "금메달, 골든글러브... 다 잊고 초심부터! 내야수들의 기본기 찾기 마무리 훈련"이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한화는 지난 13일 류지현(55)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이후 16일 취임식을 가진 뒤 다음날부터 곧바로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마무리'라는 의미보다는 곧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국가대표에서 본 선수도, 해설위원을 하면서 파악했던 선수들도 있지만 직접 훈련을 지켜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렇기에 선수들로서도, 류 감독으로서도 벌써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상황이다.
내야 훈련, 특히 2루수 자리에선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2021년 구단 프랜차이즈로는 최초이자 2013년 정근우 이후 8년 만에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정은원(26)이 지난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했다.

정은원에겐 명예회복을 위한 새 시즌이 될 전망이다. 2022년까지 주전 2루수로 활약한 정은원은 이듬해 문현빈(22)이 입단한 2023시즌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2024시즌엔 독립구단을 거쳐 입단한 황영묵(27)에게도 밀렸고 외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문현빈도 2025시즌부터는 완전히 외야수로 변신했다. 타격에선 일취월장하며 국가대표급 선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내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2루수 복귀를 준비한다. 첫 훈련부터 황영묵, 정은원과 함께 2루수로서 수비 훈련을 병행했다.
박진만, 이종범 등 걸출한 경쟁 상대들과 동시대에 활약하면서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두 차례나 수상했던 류 감독이기에 내야 수비 강화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구단 유튜브에 따르면 류지현 감독은 첫 훈련 당시 "나는 습관이라는 표현을 잘 쓴다. 좋은 습관을 잘 들여야 경기에서 급할 때나 여러 상황에서 결과를 낼 수 있다"며 "그런 건 기본기 훈련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를 만들어내느냐, 실책 해놓고 모자 집어던지고 아쉽다고 표현하느냐 이 차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전형적인 차이가 뭐냐면 바운드가 오다가 변했을 때 참을 줄 아느냐, 덤비느냐"라며 "못하는 애들은 바운드 하나가 변하면 덤벼서 더 급해진다. 백스텝을 잘할 줄 아는 사람이 수비를 잘한다. 백스텝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것과 잘된 백스텝의 예시를 보여주면서 "훈련을 많이하면 되게 돼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훈련에선 더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류지현 감독은 내야 수비 훈련에 나선 문현빈을 유심히 지켜본 뒤 "어제보다 훨씬 좋아졌다. 손목으로만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하체랑 같이 쓴다"며 "하체를 먼저 만들어놔야 한다. 빨리 던지려고 상체에서 턴으로만 하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안 좋은 상황일수록 더더욱 하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잘하는 것이다. (송구에 급급한) 그런 걸 제일 싫어한다. 개똥야구다"라고 말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조용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문현빈의 훈련을 지켜본 황영묵은 "오~ 나고야"라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와서 역시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자 김우석 코치는 "너(정은원)는 골든글러브이지 않냐"고 했고 정은원은 이후의 부진이 쑥스러운지 "반납했다"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류 감독은 새로운 변신에 나선 문현빈에겐 남다른 훈련 태도와 의지를,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인 정은원에겐 유려한 수비 동작을 칭찬한 반면, 가장 2루가 익숙한 황영묵에겐 아쉬운 습관을 지적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선수단을 독려했다.
말그대로 선의의 경쟁이다. 문현빈이 승자가 된다면 2루에서 뛰며 더욱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정은원이 그 자리를 선점한다면 한화의 선수층이 더 탄탄해진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황영묵이 주전 2루수가 될 경우에도 문현빈은 외야로 돌아가는 옵션이 있고 정은원은 백업으로서 더욱 분발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들 모두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해 한화의 2루 자리를 가장 오래 지킨 건 이도윤이었다. 그가 주전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
류 감독은 부임과 함께 야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프시즌 훈련을 거치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시즌을 앞두고 펼칠 한화의 2루 경쟁에 더욱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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