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 김현수(38)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뜻밖의 KT 위즈 팀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수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요즘은 각자 준비를 워낙 잘하니까 진짜 아무도 안 물어본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가을야구를 처음, 혹은 한국시리즈를 처음 맞이하는 어린 KT 후배들이 김현수에게 조언을 구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를 거치며 숱한 가을야구를 경험한 21년 차 베테랑이다. 지난해에는 LG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고, 이후 3년 총액 50억 원의 FA 계약을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단순히 타격만 잘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김현수는 LG 시절부터 철저한 자기 관리와 솔선수범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강철(60) KT 감독도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왜 김현수를 쓰는지 알겠다. 연습하는 걸 보면 정말 좋은 선수다. 왜 김현수인지를 알았다고 말했으면 끝난 거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김현수는 올해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555타수 159안타) 14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KT의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익숙했던 외야를 떠나 1루수로 변신하면서도 자신의 몫을 해냈다.
그런 김현수가 새롭게 경험한 KT는 굳이 베테랑이 나서서 모든 것을 가르치거나 다잡을 필요가 없는 팀이었다. 올해 KT는 90승 5무 49패(승률 0.647)로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과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의 정규시즌 1위다.

처음부터 순탄한 독주는 아니었다. 3~4월 19승 9패로 출발했지만, 6월에는 11승 12패로 주춤했다. 9월에는 소형준(25), 오원석(25), 박영현(23)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돼 주축 투수 3명이 빠졌다.
그때마다 중심을 잡은 것이 베테랑들이었다. 주장 장성우(36)를 비롯해 김현수, 허경민(36), 김상수(36), 고영표(35), 우규민(41)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선수단을 이끌었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포수 한승택(32)도 앞서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2연패, 3연패를 하더라도 (장)성우 형부터 고참 형들이 너무 잘 잡아줬다"고 증언했다.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흔들리지 않았고, 부진이 길어지기 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장성우가 시즌 전부터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잘하는 사람이 많이 모인 팀이 강팀이다. 선수 스스로 항상 더 발전해야 팀이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사이좋은 팀을 넘어 서로가 실력으로 힘을 보태는 강팀이 돼야 한다는 의미였다.
투수조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같은 문화가 자리 잡았다. KT 불펜에는 '엄마가 두 명'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영표가 후배들에게 세세하게 조언하고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는 유형이라면, 우규민은 편안하게 품어주는 역할이다. 이에 프로 23년 차인 우규민도 "불펜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나이 차이를 생각하기보다 친형, 동생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는 또 한다"고 했다.
김현수가 경험한 야수조의 리더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현수는 "소통이 많은 게 전부다. 게임 전에도, 게임할 때도 미리미리 준비하려고 한다. 어릴 때 많이 겪어봤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하고 쉬워 보일 수도 있는데 틈틈이 '야, 타자주자 발 느려', '야, 타자주자 발 빨라' 이렇게 한 번씩 말해준다. 그게 굉장히 머리에 많이 남는다. 어릴 때는 모른다.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거랑 말로 한번 뱉는 거랑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게 좀 잘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소통은 선수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KT는 올해 최원준(29)이 타율 0.356에 208안타 125득점, 샘 힐리어드(32)가 44홈런 139타점으로 타점왕에 올랐다. 고영표도 15승을 거두며 선발진을 이끌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기량을 발휘한 결과가 구단 최초의 90승이었다.
김현수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겁 없이 뛸 선수로 최원준을 꼽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는 "(최)원준이가 올해 성적도 커리어하이지만, 그거 말고도 커리어하이를 찍을 만큼 겁이 없었다. 시즌 때는 한 번쯤 흔들릴 만도 한데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가장 겁 없이, 계속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고 베테랑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큰 경기를 경험한 선배들이 뒤에서 버텨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후배들에게는 힘이 된다. 김현수는 "겁 없이 덤비는 게 쉽다. 그리고 형들이랑 기댈 곳이 있는 게 편한 거고, 그게 좋다"라고 말했다. 정작 '베테랑인 본인이 기댈 곳은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나는 없다. 내가 어떻게든지 (후배들이 기댈 곳이) 있게끔 해야 한다"라고 웃었다.
KT는 오는 11월 2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플레이오프 승리팀을 상대로 구단 두 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김현수 역시 지난해 LG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린다. 그는 "정규시즌 1위를 했으니까 또 우승을 위해서 하는 거다.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 감각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