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돔구장 건립 후보지 선정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지자체의 돔구장 열풍은 정부가 스포츠 경기와 대형 공연이 가능한 복합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대형 K팝 공연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5만 명의 관중 수용 능력을 가진 대규모 돔구장과 2만~4만 명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중규모 돔구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각 지자체가 내세우고 있는 K팝 돔구장 건립 계획에는 '홈팀'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새롭게 건설될 돔구장이 자칫하면 막대한 유지비만 들어가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문체부의 '스포츠와 공연 복합형 돔구장 건립사업' 후보지 선정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다수 지자체는 스포츠 경기를 통해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막연하게 5만 석 돔구장을 지어 최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구단 창단을 모색한다는 계획이 나왔을 정도다.
그나마 새로운 돔구장이 프로야구 구단의 홈구장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수원과 부산 정도다. 수원은 현재 프로야구 팀 KT 위즈가 사용하고 있는 KT 위즈파크를 철거한 뒤 수원종합운동장 부지 내에 있는 유휴 부지에 새로운 돔구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수원과 달리 부산의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부산은 북항 돔구장과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경기장의 상생 방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사직야구장 재건축은 이미 확보한 국비와 함께 부산시와 롯데 자이언츠가 재원을 투입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은 새롭게 조성될 사직야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북항 돔구장은 '홈팀'이 없어 대형 K팝 공연 위주로 경기장을 활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중규모 돔구장 건립을 추진 중인 대구는 이 경기장을 프로농구 대구한국가스공사의 홈구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평균 관중 2,395명을 기록한 대구한국가스공사가 2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경기장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있지만 홈팀 없이 운영되는 경기장은 흑자를 기록하기 어렵다. 민관협력을 통해 지난 2014년 개장한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 경기장은 BTS와 콜드플레이 등 팝스타의 대규모 공연을 중심으로 축구 A매치와 럭비 등의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졌다.
하지만 적자가 지속됐던 지난 2022년 싱가포르 스포츠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경기장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넘겨받아야 했다. 경기장에서 개최하는 스포츠 이벤트의 수입도 안정적이지 않았고 공연 수입도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인 스포츠청이 운영권을 획득한 이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의 재무 상황은 향상됐지만, 여전히 고정적으로 경기장을 사용하는 홈팀이 없다는 점은 경기장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의 주경기장이었던 도쿄 국립경기장(현 MUFG 스타디움)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올림픽 이후 도쿄 국립경기장은 J리그 홈팀이 없어 스포츠 경기가 자주 열리지 못했다.
재정 상황이 악화되자 일본 정부는 지난 2024년에 경기장의 운영권을 민간기업 컨소시엄에 넘겨야 했다. 컨소시엄은 2025년 미쓰비시UFG파이낸셜그룹(MUFG)에 경기장 명칭 사용권을 매각했다. 5년간 100억 엔(약 851억 원)에 달하는 명칭 사용권 계약으로 도쿄 국립경기장의 재정 상황은 개선됐다.
민간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J리그는 리그 경기의 일부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개최하기 시작했다. 2026~2027시즌에도 J리그는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18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비록 홈팀은 없지만, 리그 경기 개최로 경기장 활용도를 안정적으로 높인 셈이다. 컨소시엄이 도쿄 국립경기장의 경기장 명칭 사용권을 거액에 팔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J리그 경기 개최였다.
문체부와 지자체의 돔구장 설립 추진은 스포츠보다 K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규모 공연으로 돔구장의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공연으로 돔구장이 흑자를 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서울과 인천 청라에 2개의 돔구장(잠실 돔구장, 청라 돔구장)이 세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최초의 대중음악 전문 아레나인 서울 아레나(도봉구 창동)도 2027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K팝 돔구장이 2개 추가된다면 이들 경기장 간의 공연 유치 경쟁은 치열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대치보다 적은 공연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주도의 K팝 돔구장 건립 사업에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사용된다. 국민체육진흥기금 활용 취지에 부합하려면 돔구장은 스포츠 경기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돔구장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스포츠, 특히 홈팀의 역할은 중요하다. 비록 홈팀이 없다 하더라도 K팝 돔구장은 도쿄국립경기장처럼 일회적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고정적으로 스포츠 경기가 펼쳐질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K팝 열풍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연 수입만으로 돔구장의 경제성을 담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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