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27)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진 고교생이 있다. 이미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고 계약금 1억 원에 도장을 찍었지만, 고교 무대에서의 등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충암고 김지율(18)은 21일 제주특별자치도 강창학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야구 18세 이하부 준결승전 광주제일고(광주일고)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⅓이닝 9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날 김지율이 던진 공은 105개. 고교야구 한 경기 최대 투구 수를 모두 채웠다. 올해 공식 경기에서만 벌써 1896구째다. 올해 KBO 리그 투수들의 정규시즌 투구 수와 비교해도 3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안우진조차 올해 112이닝 동안 1879구를 던져 김지율보다 17개 적게 던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KT 2027 신인들이 퓨처스리그 홈구장인 전북 익산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 합류한 날이었다. 다른 신인들이 프로 생활을 준비하는 사이 김지율은 제주에서 또 한 번 충암고의 승리를 책임졌다.
김지율은 지난 9월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3라운드 전체 25순위 지명을 받았다. 이달 6일에는 계약금 1억 원에 정식 입단 계약까지 마쳤다. KT가 내부적으로 2라운드급으로 평가했던 유망주다. 키 186㎝, 몸무게 90㎏의 체격을 갖춘 김지율은 최고 시속 145~146㎞의 직구와 뛰어난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특히 직구의 수직 무브먼트와 변화구 터널링,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고교 무대에서는 압도적인 성과를 남겼다. 김지율은 올해 충암고의 황금사자기와 봉황대기 2관왕을 이끌었다. 당시 26경기에서 14승 2패 평균자책점 1.28, 120이닝 157탈삼진을 기록했다. 고교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진 에이스였다.

그런데 봉황대기를 끝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시즌이 전국체전까지 이어졌다. 김지율은 지난 16일 제주고와 16강전에서 2이닝 15구를 던져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루를 쉰 뒤 18일 세광고와 8강전에서는 4이닝 49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충암고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이틀을 쉬고 나선 21일 광주일고전에서도 105구를 소화했다. 16일부터 불과 6일 사이 세 경기에 등판해 12⅓이닝 동안 169구를 던진 것이다. 이로써 김지율의 올해 공식 성적은 29경기 17승 2패 평균자책점 1.57, 132⅓이닝 48사사구(40볼넷 8몸에 맞는 공) 171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1이 됐다.
여기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은 2월 성남시 고교야구 최강전 5⅓이닝과 전국체전 서울예선 6⅔이닝도 있다. KBO 스카우트들은 연습경기 투구까지 고려하면 김지율의 실제 투구 수가 2000개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율만의 일이 아니다. 충암고의 또 다른 유망주 2학년 조성준(17)의 상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조성준은 2028 KBO 신인드래프트 최대어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올해 4월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오랜 기간 재활에 집중했고, 이달에야 실전 등판을 재개했다.
그런 조성준도 전국체전에서는 세 경기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16일 제주고전에서 4이닝 59구, 18일 세광고전에서 5이닝 60구를 소화했다. 21일 광주일고전에서는 2⅓이닝 동안 34구를 던졌다. 세 경기에서 11⅓이닝 153구를 기록했다.
특히 첫 등판과 두 번째 등판 사이에는 하루의 휴식일만 있었다. 충암고는 22일 마산용마고와 전국체전 우승을 다툰다. 김지율이 투구 수 제한으로 등판할 수 없는 만큼 조성준이 다시 마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가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전국체전은 다른 고교 전국대회와 달리 각 시도체육회의 포상금이 걸려 있는 경우가 있어 학교와 선수들에게 중요한 대회다. 프로 구단과 협의 아래 지명 선수들이 출전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다만 올해 이미 120이닝 이상을 던진 김지율의 전국체전 등판을 두고는 현장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11월 이마트 노브랜드배 챔피언십에도 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전국체전에서 프로 지명된 3학년 선수들이 뛰는 건 심심치 않게 있다. 전국체전이 고등학교 팀들에는 중요한 대회라 특별히 아프다거나 그러지 않으면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김지율이 전국체전에서도 던질 줄 몰랐다. 이미 120이닝 넘게 던진 선수고 예전에 전국체전에 출전한 투수들도 그 정도로 많이 던지진 않았다"고 우려했다.
어린 투수의 투구 수와 누적 피로 관리는 미국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미국야구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청소년 투수 보호 프로그램 '피치 스마트(Pitch Smart)'는 17~18세 투수에게 한 경기 최대 105구와 12개월간 누적 100이닝 이하를 권고한다. 또한 81~105구를 던진 뒤에는 최소 4일의 휴식을 권장하며, 19~22세 역시 별도의 관리 대상으로 구분한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의 선구자인 프랭크 조브 박사도 과거 미국 ESPN과 인터뷰에서 "18세 때는 뼈와 연골이 더 부드럽기 때문에 반드시 투구 수를 제한해야 한다"며 "21세 전후가 되면 신체가 더 성숙한다. 어린 선수들은 같은 수준의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투구폼이 부드럽고 현재 특별한 통증이 없다고 해도 한 시즌 동안 쌓인 투구량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특히 김지율처럼 아직 신체 발달이 진행 중일 수 있는 고교 투수에게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KT 역시 김지율의 누적 투구량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입단 전 메디컬 테스트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전국체전이 끝난 뒤 김지율에게 회복 프로그램을 적용해 몸 상태를 관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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