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는 물론, 한국 야구 프런트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야구인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현장에서 한 발 떨어져 두산 베어스의 자문 역할을 맡게 된 주인공. 김태룡(67) 전 두산 단장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 전 단장은 1983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런트로 프로야구 현장과 연을 맺은 뒤 1990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 입사했다. 이후 매니저와 운영팀장, 운영홍보부문장 등을 역임한 뒤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 8월 단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두산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리그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전 단장 재임 기간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 기간 두산은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2015·2016·2019년)을 차지했다.
김 전 단장 재임 기간 성적만 좋았던 게 아니었다. 두산은 주력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유망주를 발굴하며 이른바 '화수분 야구'의 산실로 불렸다. 이런 두산을 진두지휘한 게 바로 김 전 단장이었다. 지난 2023년에는 단장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두산 그룹 안에서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렇게 무려 16시즌 동안 단장으로 현장을 누볐던 그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난다. 두산은 김 전 단장이 자문을 맡기로 하면서, 정재훈 운영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지난 19일 공식 발표했다. 두산 구단은 김 전 단장에 관해 "구단의 성장과 도약에 앞장섰던 김 전 단장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단을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단장이 현장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김 전 단장은 "시원섭섭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스트레스 안 받으며, 편안하게 노후를 좀 보내라고 알맞게 (단장직을) 한 것 같다"면서 "저는 두산으로 와서 복을 참 많이 받은 사람이다. 지금까지 달려온 뒤 현시점에 은퇴하는 것도 복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구단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과거 OB 베어스 시절 당시 뼈아픈 아픔을 딛고 우승을 통해 극적으로 일어선 순간을 꼽았다. 1995년 우승이었다. 김 단장은 "처음에 제가 매니저를 맡았을 적에 OB는 꼴찌였다. 당시 OB는 늘 하위권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OB는 1990년 7개 구단 중 7위, 1991년 8개 구단 중 8위에 각각 그쳤다. 그랬던 OB가 1992년 5위, 1993년 3위, 1994년 7위를 각각 오가더니 1995년 마침내 1위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김 전 단장은 "1994년 9월 쌍방울 레이더스와 경기를 마친 뒤 선수단 이탈 사건 등의 큰일을 겪었다. 그랬던 팀을 이듬해 김인식 감독이 부임한 뒤 추슬렀고, 1995년 우승을 거뒀다. 그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뒀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되돌아봤다. 왜 2010년대 후반 두산 왕조 시기가 아닌, 그때가 더욱 깊게 기억에 남았을까. 김 전 단장은 "당시 선수단 구성이 왕조 때보다 더 좋았다. 그렇게 사건을 겪은 뒤 이듬해 우승을 차지했으니까…. 엄청난 일이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격동의 현대사를 함께 보낸 야구계의 산증인이기도 한 김 전 단장이다. 그는 "IMF도 겪었다. 그때 직원들이 한 16명 정도 나갔다. 선수 중에서도 고액 연봉 순위대로 내보내야만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도 겪었고…"라면서 "정말 원 없이 해볼 거는 다 해본 것 같다. 이제는 방송에 출연해야 하나"라며 껄껄 웃었다.
이제 두산은 그의 뒤를 이어 정재훈 신임 단장이 새롭게 맡는다. 이미 단장과 운영팀장으로 누구보다 가깝게 지낸 둘이다. 그를 향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김 단장은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함께했다. 그리고 미국 독립 리그에서 뛸 때도 계약을 풀어준 인연이 있다. 또 빨리 한국으로 돌아와 프런트부터 시작해보라 권유했던 기억도 난다"면서 "두산은 지금부터다. 정 단장이 이제는 추진력을 발휘해 잘 해낼 것이라 굳게 믿는다"며 신뢰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김 전 단장은 두산은 물론, KBO 리그 팬들을 향해 진심 어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금 야구 붐이 최절정"이라면서 "예전에는 정말 한 경기에 팬 분들이 5천 명 정도 모신 채 경기할 때도 있었다. 그런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은 우리 팬 분들이 야구를 사랑해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