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6)이 불펜에서 깜짝 대기했다. 단순한 연막작전이 아니었다. 박진만(50) 삼성 감독의 구상 속에서 원태인은 경기 후반을 책임질 진짜 '비밀 카드'였다. 비록 플레이오프 1차전은 내줬지만, 삼성의 승부수는 이제 2차전으로 향한다.
삼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IA에 1-5로 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개시 전 양 팀 사이에서는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졌다.
발단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경기 전 공개한 미출장 선수 명단이었다. 원정팀 KIA 타이거즈는 양현종과 올러를 제외했고, 홈팀 삼성 라이온즈는 후라도와 최원태를 미출장 선수로 지정했다.
모두의 시선은 삼성 명단에 쏠렸다. 로테이션상 3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해 당연히 1차전 미출장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보였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의 이름이 빠지고 출전 대기 명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의 배경에는 삼성의 헐거워진 뒷문 사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정규시즌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9회를 완벽하게 삭제해 줄 확실한 클로저가 없는 상황에서, 정규시즌 공식대로의 불펜 운용으로는 가을야구 살얼음판 승부를 버텨내기 어렵다. 보직의 경계를 허물고 가장 강한 카드를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총력전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경기를 마치고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선 박진만 감독 역시 원태인의 미출장 명단 제외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오늘 상황이 됐으면 나갈 수도 있었다. 후반에 쓸 수 있는 비밀 카드였다"며 단기전 승부처를 봉쇄하기 위한 계산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상대 사령탑인 KIA 이범호 감독도 삼성의 이례적인 엔트리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에 "(원태인이) 3차전 선발 투수일 것 같아서 오늘은 나오진 않을 것 같다. 당연히 3차전 선발은 미출장 선수로 넣지 않나"라면서 "설마 원태인을 오늘 마무리로 쓰려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농담을 던져 현장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특유의 계산을 전했다. 이 감독은 "원태인이 1차전을 던지게 하고 4차전에 출전시킨다고 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면서 "혹시 (1차전에) 나오게 되면 경기를 치르면서 또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가 1-5 패배로 마무리되면서 원태인의 1차전 등판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등판 없이 온전히 힘을 비축한 만큼, 박 감독의 마운드 방정식은 27일 2차전으로 이어진다. 박 감독은 "1차전서 투구를 안 했기에 2차전서 만약 나갈 상황 나오면 변화를 줄 수도 있다"면서 "내일 (원)태인이가 안 나가면 3차전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격에 나서는 삼성의 2차전 선발 투수는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이닝이터' 아리엘 후라도(30)다. 이번 시즌 정규시즌 24경기에 등판해 9승 3패 평균자책점 3.54를 마크하며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시즌 KIA를 상대로는 1차례 맞대결을 펼쳐 7이닝 10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광주가 아닌 안방 대구에서 던졌던 경기였으며 승패는 올리지 못했다.
2차전 마운드는 후라도가 선발로 길게 끌고 가면서 승기를 잡을 경우, 뒤를 받칠 불펜 카드와 경기 후반 운용에 시선이 쏠린다. 마무리 김재윤의 부상 공백 속에서 1차전 등판을 아낀 '비밀 카드' 원태인이 2차전 승부처에 전격 투입돼 확실한 1승을 챙길지, 아니면 계획대로 3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를지 삼성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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