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플레이오프(준PO)까지도 승패에 큰 영향이 없는 상황에 등판했지만 PO에선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다. 좌투수 1옵션이 된 이의리(24·KIA 타이거즈)가 가을야구 첫 승을 거뒀다.
이의리는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팀이 5-1로 앞선 6회말 등판해 1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승리 투수가 됐다.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이 완벽한 투구에도 헤드샷 한 방으로 4⅓이닝 만에 퇴장된 상황에서 정해영(⅔이닝)에 이어 3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의리는 삼성의 좌타 라인을 삭제시키며 이날 수훈 선수 중 하나로 활약했다.
3위로 준PO를 거치고 올라왔지만 오히려 한국시리즈를 향한 77.1%의 확률을 손에 넣으며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는데 톡톡히 역할을 해냈다.
6회 등판하자마자 시속 154㎞ 무시무시한 직구를 뿌렸다. 류지혁을 바깥쪽 상단 꽉찬 공으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의리는 김지찬을 좌익수 뜬공, 김성윤에겐 이날 최고인 157㎞ 직구를 뿌린 뒤 바깥쪽 낮게 빠져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7회에도 등판한 이의리는 구자욱에게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보더라인을 걸치는 완벽한 제구의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르윈 디아즈에게도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를 유도해냈는데 실책이 나오며 내보낸 게 아쉬웠다. 이후 우타자 박승규 타석에서 조상우에게 공을 넘겼고 실점 없이 7회가 마무리되며 승리 투수 요건을 안았다. 팀이 5-1로 승리하며 이의리는 가을야구 첫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 부침도 있었지만 PO에선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했다. (곽)도규가 그렇게 좋은 컨디션 아니기에. 길게 던지기보단 짧게 쓰려고 했다"며 "4,5명 좌타자가 배치됐을 때 1,2이닝을 잘 던져주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일이 생각보다 빨리 내려와 의리가 더 많은 이닝을 던져야 했다. 확실히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가면 위력적인 공을 갖고 있다. 오늘 좋은 피칭을 했다"고 전했다.
25일 1차전이 우천취소된 뒤 취재진과 만났던 이의리는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대해 "저는 언제나 좋은 먹잇감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공과 좀 부족한 제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속 150㎞ 중반대의 위력적인 공을 뿌리지만 스스로 제구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약점이었고 이의리의 풀리지 않는 과제이자 한계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투수들이 꿈꾸는 완벽한 코스에 정확히 제구가 됐다. 최고 157㎞의 공에 제구가 더해지니 삼성을 대표하는 좌타자들도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다시 취재진과 만난 이의리는 "아쉬운 부분은 언제나 있겠지만 오늘 투구에 있어서 공격적으로 승부를 하려고 했던 게 좀 잘 통했고 (이)동걸 코치님께서 주자를 쌓는 것보다는 맞아 나가는 게 더 낫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긴장을 풀고 재미있게 잘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리 투수가 된 줄도 몰랐던 이의리는 "크게 신경은 안 쓰고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도 따라오는 것 같다"면서 "MVP를 노리고 있었는데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까다로운 좌타자들이 많았기에 이의리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의리 또한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을 나눠서 전력 분석을 해놨고 컨택트도 좋고 큰 것 한 방도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구위로 이겨내는 게 첫 번째고 초구 싸움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서 그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1⅓이닝 동안 27구를 뿌렸다. 그러나 자신감을 되찾았고 가을야구라는 특성상 연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의리는 내일도 뛸 수 있냐는 질문에는 "일단 대기한다고 말씀드리기도 했고 동걸 코치님도 내일 보자고 말씀하셨다"며 "워낙 한 이닝에 투구수가 많다보니까 이 정도는 크게 영향이 없는 것 같아서 잘 준비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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