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급 미들블로커' 양효진(37)이 은퇴하면서 중앙 보강이 시급해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전체 1순위 추첨 확률 4%의 불리함을 딛고 3순위 지명권을 확보하고도 일신여상 아웃사이드히터 정가영(18)을 선택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6~2027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정가영을 지명했다.
당초 현대건설의 전체 1순위 추첨 확률은 4%에 불과했다. 정관장(35%), SOOP(30%), IBK기업은행(20%), 흥국생명(8%)보다 낮았다. 그러나 실제 추첨에서 IBK기업은행과 SOOP에 이어 세 번째 지명권을 얻는 행운을 누렸다. 앞선 두 팀이 세터 오드리 박(24·UCLA)과 김미주(18·중앙여고)를 각각 선택하자 현대건설은 정가영을 호명했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양효진이 은퇴하면서 전력의 중심을 잃었다. 2007~2008시즌부터 19시즌 동안 현대건설에서만 활약한 양효진은 통산 8406득점, 블로킹 1748개라는 대기록을 남긴 여자배구의 전설이다.
중앙 공백에 현대건설은 지난 4월 세터 이수연(21)을 한국도로공사로 보내고 베테랑 미들블로커 배유나(37)를 데려오는 트레이드까지 단행했다. 중앙은 여전히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이었음에도 성에 차는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 강 감독의 설명이다.

결국 포지션에 얽매이기보다 확실한 강점이 있는 선수를 선택하기로 했다. 강 감독은 드래프트 행사 직후 스타뉴스와 만나 "정가영은 키가 조금 작아도 올해 아웃사이드 히터 신인 중 가장 기본기가 좋다. 특히 스파이크 서브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격수로 당장 경기에 들어가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시즌에도 원포인트 서버 정도는 즉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서브가 좋다"라며 "최근 선수들을 보면 신장도 아주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덧붙였다.
키 179㎝의 정가영은 아웃사이드히터, 아포짓 스파이커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공격수로, 이번 드래프트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본인 역시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으로 아웃사이드 히터를 꼽았다.
정가영은 "나는 아웃사이드 히터에 가장 자신이 있고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서브에 가장 자신이 있다. 수비나 디펜스 부분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롤모델이다. 공격수인 정가영이 꼽은 선수는 같은 팀의 리베로 김연견(32)이었다. 정가영은 "김연견 선수는 전체적으로 감각이 좋고 공을 보는 눈도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수비나 캐치를 정말 잘하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정가영의 성장이 중요한 것은 현대건설이 올 시즌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양효진뿐 아니라 아시아쿼터 자스티스 야우치(등록명 자스티스)도 떠나면서 새로운 외국인 아웃사이드 히터 조던 윌슨(등록명 조던)과 아시아쿼터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를 영입했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공격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변화도 예고했다.

주전 세터 김다인(28)은 지난 7일 미디어데이에서 "이전에는 미들블로커를 활용하는 배구를 주로 했다면 올 시즌에는 양 사이드 공격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격적인 배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컵대회에서는 전력 재편의 어려움이 드러났다. 현대건설은 최근 여수 NH농협컵에서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에 각각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상대 공격수들에게 많은 점수를 헌납하며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사령탑은 새로운 선수들의 호흡뿐 아니라 국내 선수들의 성장에도 고민이 많았다. 대표적인 선수가 나현수(27)다.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나현수는 얼마 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했다. 강 감독은 "나현수도 많이 발전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잘했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는 외국인 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 중 국내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라며 "선수가 경기를 뛰지 못하면 발전하기 어렵다. 시즌 중에도 출전 시간을 가져야 성장할 수 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가영 역시 프로 무대에서 경쟁하며 성장해야 할 신인이다. 당장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기는 어렵더라도 강 감독이 인정한 강한 서브는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무기다. 현대건설은 2라운드에서 키 181㎝의 선명여고 미들블로커 곽도연(18)도 지명했다. 중앙의 높이를 보완하면서도 확실한 장점이 있는 공격수를 확보해 미래를 대비했다.
정가영은 "현대건설은 매 시즌 상위권에 있었던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지명됐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지만, 점점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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