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았는데, 울산이 나를 구원해줬다."
두 번이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박문순(23)이 끝내기 득점으로 자신에게 기회를 준 팀에 보답했다.
박문순은 3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6 울산-KBO 폴리그(Fall League) 준결승에서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볼넷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울산은 9회말 2점을 뽑아내며 KIA에 2-1 끝내기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박문순의 방망이는 경기 초반부터 뜨거웠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좌완 선발 윤영철의 공을 받아쳐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5회말 2사 후에는 우전 안타로 멀티히트를 완성했고, 7회말에는 KIA 필승조 출신 좌완 최지민의 공을 걷어 올려 우익선상 2루타까지 터트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문순은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리려고 생각했다. 타석에서 자신감을 얻으니 운도 좋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울산은 좀처럼 득점하지 못했다. 8회까지 0-1로 끌려가면서 이날 경기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위기에 놓였다. 승부는 9회말 뒤집혔다. 1사에서 김수인(29)이 상대 유격수의 송구 실책으로 출루했고, 대주자의 2루 도루로 기회를 잡았다. 이때 박문순이 볼넷을 골라 1사 1, 2루를 만들었다. 이어 박제범(25)이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3루까지 진루한 박문순은 김성균(25)의 외야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승부를 끝냈다.


경기 도중 선수단을 한데 모은 감독의 당부도 있었다. 박문순은 "감독님이 이번 경기가 비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시민구단이고 상대는 정식 프로구단이지만, 시민구단인 만큼 상대보다 더 간절하게 해서 꼭 이기자고 하셨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박문순에게 울산은 단순히 소속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주중동초-공주중-북일고-단국대를 졸업한 우투좌타 내야수인 그는 고교와 대학 졸업 당시 모두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한때 은퇴까지 고민했으나, 올해 창단한 시민구단 울산에 합류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첫 시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올해 퓨처스리그 74경기에서 타율 0.245(151타수 37안타) 2홈런 18타점 8도루를 기록했다. 처음 경험하는 프로 무대에서 체력과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박문순은 "아마추어와 프로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고 왔지만, 시즌 초반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 이후 코치님들과 코칭스태프가 세밀한 부분을 많이 가르쳐주셔서 마지막에는 조금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타격감이 더욱 좋아졌다. 박문순은 이번 폴리그 준결승까지 9경기에서 타율 0.387(31타수 12안타) 1타점 5득점, 출루율 0.525, 장타율 0.484, OPS 1.009를 기록했다. 그는 "퓨처스리그 때는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몸도 덜 만들어진 부분이 있었다. 폴리그에서는 컨디션과 타격감이 뒤늦게 올라왔다. 계속 자신 있게 하려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울산을 향한 고마움이 컸다. 박문순은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았는데 이 팀에서 나를 좋게 봐주셨다. 나는 야구를 너무 좋아했고 정말 간절했다. 그런 나를 구원해준 팀이다. 너무 고마운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박문순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다. 이날 울산 문수야구장에는 영상 7도의 추운 날씨에도 약 250명의 관중이 모였다. 특히 초등학생 자매 팬은 선수들의 응원가를 율동과 함께 선창하며 관중석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올해만 울산 홈 경기를 10차례 넘게 찾았다는 왕준성(49) 씨는 "처음에는 울산 팀이라 호기심에 왔는데 성적도 잘 나오고 시민들이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가 좋았다"며 "아이들은 나 없이도 경기를 보러 왔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어서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어린 팬들의 응원은 그라운드에도 전달됐다. 박문순은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힘이 됐다. 그만큼 더 간절하게 하려고 했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울산은 올해 처음 참가한 퓨처스리그에서 남부리그 1위를 차지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가을리그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박문순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한 뒤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서로 잘했다고 격려했다. 이번에는 마음가짐도 다르고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주셔서 좋은 분위기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시즌이 끝났는데도 폴리그까지 찾아와 주신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항상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셔서 고맙다. 결승전에서도 잘해서 우승할 수 있도록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울산은 31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11경기 무패(9승 2무)를 기록 중인 미국 독립리그 연합팀 롱비치 코스트와 우승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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