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잔치가 될 수 없지 않나."
창단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킨 울산 웨일즈가 안방에서 첫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11경기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미국 독립리그 연합팀 롱비치 코스트다. 장원진(57) 울산 감독은 팬들 앞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울산은 31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롱비치와 2026 울산-KBO 폴리그(Fall League) 결승전을 치른다. 올해 대회에 처음 참가한 두 팀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해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울산은 올해 처음 참가한 KBO 퓨처스리그에서 남부리그 1위를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상무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번 폴리그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결승 진출 과정부터 극적이었다. 울산은 30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 준결승에서 8회까지 0-1로 끌려갔다. 그러나 9회말 1사에서 상대 유격수의 송구 실책으로 기회를 잡았고, 박제범(25)의 동점 적시타와 대타 김성균(25)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묶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장 감독은 31일 결승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솔직히 어제(30일)는 희망을 보지 못했다. 9회말 1사가 되니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상대 수비에서 실책이 나왔다. 야구라는 게 실책이 나오면 점수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때 조금 희망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어 "울산에서 개최하는 리그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지막까지 경기를 해야 팬들도 좋아하시지 않겠나. 남의 잔치가 될 수는 없다"며 홈팀으로서 결승에 진출한 의미를 강조했다.
울산의 역전승에는 일본인 투수들의 호투도 결정적이었다. 선발 오카다 아키타케(33)는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앞세워 KIA 타선을 막았으나 4회초 황대인의 강습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교체됐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도 울산 마운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뒤이어 등판한 나가 타이세이(27)가 5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남은 이닝을 책임지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장 감독은 "나가는 시즌 초반에 구위가 좋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공을 많이 던져 구위가 떨어졌었다. 그런데 어제는 시즌 초반의 구위가 그대로 나오더라"며 "그래서 끝까지 밀어붙였다. 어제 이겨야 오늘 경기가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투수들을 모두 쓸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결승 상대 롱비치도 만만치 않다. 돈 와카마쓰(63) 감독이 이끄는 롱비치는 미국 여러 독립리그 구단에서 모인 연합팀이다. 예선에서 8승 2무로 전체 12개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30일 LG 트윈스와 준결승에서도 4-2로 승리하며 11경기 무패(9승 2무)를 이어갔다.
롱비치 역시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결승에 올랐다. LG에 0-2로 끌려가다 5회말 쿠퍼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했고, 6회말 쿠바 베스(29)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9회말 2사 1루에서 벤저민 로젠가드(27)가 끝내기 투런포를 터트렸다.
탄탄한 투수진도 강점이다. 롱비치는 예선에서 팀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고, 준결승에서도 선발 루크 쇼트가 4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불펜진이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장 감독은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울산은 예선 롱비치와 맞대결에서 9회 동점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승리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장 감독은 "롱비치와 처음 경기할 때도 거의 이겼던 경기였다. 그런데 홈런 하나를 맞고 9회에 동점을 허용해 비겼다"며 "우리도 충분히 해볼 만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온 팀이지만 우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경기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결승전 선발 투수로는 박성웅(27)을 예고했다. 장 감독은 "상대 팀에 왼손 타자들이 많다. 박성웅이 선발로 길게 끌어준다면 중간중간 우리가 보유한 왼손 투수들을 활용해 승부할 생각"이라며 투수 운용 계획도 밝혔다.
무엇보다 울산은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에 나선다. 전날 영상 7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약 250명의 관중이 준결승전을 지켜봤다. 초등학생 자매 팬은 선수들의 응원가를 율동과 함께 선창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장 감독은 "꼬마 팬들은 정규시즌 때부터 와서 응원을 많이 해줬다. 어제도 찾아와 응원하는 모습을 봤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 선수들은 관중이 많은 곳에서 경기를 해본 경험이 적다. 그런데 올해 한 시즌 동안 7만 명 넘는 관중이 찾아주셨다. 응원이 힘이 되고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울산의 첫 우승 도전을 앞두고 뜻깊은 행사도 마련됐다. 이날 시구·시타·시포에는 울산 중구 병영2동 정호연 주무관, 남구 경제정책과 최세창 주무관, 울주군 두서면 최한석 주무관이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9월 경북 경주시 감포읍 해안가에서 테트라포드에 빠진 시민을 발견하고 구조한 공무원들이다.
장 감독은 "처음에는 올 시즌이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해줘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곳에 오기까지 아픔을 겪었던 선수들이 울산에서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오늘이 이번 시즌 정말 마지막 경기다. 총전력을 투입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날 결승전은 KBS LIFE와 KBO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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