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뜻밖의 고민이 생겼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약 1년 연기되면서 2028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과 일정이 겹치게 됐다.
AFC는 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7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개최 일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아시안컵은 2027년 1월 7일부터 2월 5일까지 사우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2027년 12월 23일부터 2028년 1월 21일까지 개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가 원인이었다. AFC는 사우디 현지 조직위원회 및 사우디축구협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최근 지역 정세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류 문제, 이동 차질 등을 고려해 대회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회 일정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다른 국제대회와 일정이 겹친다는 점이다. 2028 U-23 아시안컵은 2028년 1월 4일부터 22일까지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 발표된 일정대로라면 두 대회는 1월 4일부터 21일까지 무려 18일간 겹치게 된다.
U-23 아시안컵은 같은 해 7월 열리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한다. 상위 2개 팀에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주어지는 중요한 대회다.
베트남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베트남 매체 더타오247은 "아시안컵이 2028년 1월로 미뤄지면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일본에서 열리는 U-23 아시안컵과 일정이 겹친다는 점"이라며 "베트남은 성인 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선수 배분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김 감독의 상황을 우려했다. 매체는 "더 심각한 것은 김상식 감독이 '이쪽을 잡으면 저쪽을 놓치는' 상황에 빠진다는 점"이라며 "U-23 대표팀과 직접 동행하며 아시아 무대에서 선수들을 지휘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베트남의 엘리트 축구 육성 체계 전반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베트남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U-23 대표팀도 이끌어왔다. 그러나 두 아시안컵이 동시에 열릴 경우 김 감독이 양쪽 대표팀의 경기를 모두 직접 지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회 일정이 추가로 조정되지 않는다면 베트남축구협회도 대표팀 운영 체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고민은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중국도 아시안컵 연기에 따른 예상치 못한 일정 충돌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일본 사커킹은 아시안컵과 LA 올림픽 예선의 일정이 이례적으로 겹치게 되면서 오이와 고 감독의 일본 대표팀 겸임 체제와 선수 소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2027년 초 아시안컵까지 성인 대표팀을 이끌고 물러나면, 오이와 감독이 같은 해 3월부터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었다. 특히 오이와 감독은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을 준비하는 연령별 대표팀을 동시에 이끄는 체제로 내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아시안컵이 연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두 대회가 겹치는 만큼 오이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중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청년보는 아시안컵 연기로 중국 대표팀이 여러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특히 U-23 아시안컵과의 일정 충돌에 주목했다.
매체는 "왕위둥(저장FC)과 콰이지원(상하이 하이강) 등 올림픽 대표팀에 출전할 수 있는 연령대의 선수들이 이미 성인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두 아시안컵이 같은 기간에 개최된다면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은 선수 배분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베트남은 아시안컵 연기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오히려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더타오247은 대회까지 준비 기간이 늘어나면서 핵심 선수들의 부상 회복과 귀화 선수들의 합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매체는 "가장 눈에 띄는 이점은 핵심 선수들의 회복"이라며 "몇몇 선수들이 부상을 완전히 치료하고 최상의 몸 상태를 되찾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귀화 선수들의 합류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브라이언 리, 에므리크 포랑, 타일러 크로퍼드 등 귀화를 추진하는 선수들이 관련 절차를 마칠 시간을 벌게 됐다.
특히 브라질 출신 귀화 수비수 도피롱의 합류 가능성에 주목했다. 본명이 구스타보 산타나 산토스인 도피롱은 키 195㎝의 장신 중앙 수비수로, 지난해 12월 베트남 국적을 취득했다.
다만 베트남 국적 취득과 별개로 아직 FIFA의 대표팀 출전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2027년 중반 이후 대표팀 출전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안컵이 연기되면서 도피롱에게도 출전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더타오247은 귀화 선수들이 수비진과 중원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 김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새로운 전술을 실험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보다 조직적인 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긴 준비 기간이 오히려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매체는 핵심 선수들의 경기력이 갑작스럽게 하락하거나 대표팀의 경기 리듬이 끊길 경우 기존의 전력 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안컵 연기로 생겨난 준비 기간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김상식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가 이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해 선수단을 보강하고 전술을 가다듬는다면 역사적인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실전 경기의 리듬이 끊기고 선수단이 정체된다면 길어진 준비 기간은 오히려 대표팀의 전투력을 무디게 만드는 함정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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