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장안문 지킴이' 고영표(35)가 수원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를 돌아보며 벅찬 감정을 털어놓았다.
고영표는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10년 이상 KT에서 뛰었는데 과거 우리는 꼴찌 팀이고 약팀이었다. 그런 우리가 이제는 한국시리즈에 먼저 직행해서 누구와 만날지 기다리는 팀이 됐다. 그게 참 감개무량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앞서 고영표는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성 선발 크리스 페덱이 7이닝 1실점으로 맞서면서 치열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특히 6회초 1사 만루 위기를 막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고영표는 류지혁을 1루수 김현수와 포수 한승택이 합작한 병살타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고영표의 호투가 무색하게 KT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고영표는 "팀이 승리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내 투구 내용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이닝을 끌고 갔어야 하는데 위기가 있었다"라며 "정규시즌 삼성전보다 제구의 디테일이 떨어졌다. 커맨드가 잘되지 않아 반대 투구도 많았다. (포수가) 높은 코스를 요구했을 때 낮게 가면서 구자욱, 디아즈 선수에게 장타를 허용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자책했다.


그럼에도 고영표에게 이번 한국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고영표는 KT의 시작을 함께한 선수다. 화순고 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동국대로 진학했고,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해 46경기에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에이스였던 것은 아니다. 불펜에서 출발해 2017년 선발로 전환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021년 11승 6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그해 KT는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고영표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대신 구원투수로 3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 2실점, 2홀드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당시 한국시리즈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원이 아닌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2023년에는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수원 홈경기를 치렀지만, 시리즈 1차전은 LG의 홈인 잠실에서 시작했다. 2026년은 달랐다. KT가 5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수원에서 한국시리즈의 막을 올렸다. 창단 멤버 고영표가 처음 경험한 수원 홈 개막 한국시리즈였다.
고영표는 "첫날 내가 등판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애국가가 나올 때 많이 뭉클했다"며 "2021년에는 고척돔에서 한국시리즈를 했고, 2023년에는 수원에서 경기를 했지만 홈에서 시작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감회가 남달랐다"고 돌아봤다.
2차전 시구자로 KT 초대 사령탑 조범현(67) 전 감독이 등장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고영표는 "조범현 감독님과 함께 창단해서 감독님을 모시고 야구했다. 당시에는 중간 계투로 던지면서 많이 배웠다. 과거의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 사이 고영표의 위상도 달라졌다. 2024년에는 KT 구단 최초로 5년 최대 107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맺었다. '장안문 지킴이'라는 별명도 얻으면서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입지도 확고히 했다.
그런 만큼 연고지 수원특례시도 그에겐 특별하다. KT 선수들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전 경기 정조대왕 특별 에디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다. 한국시리즈를 수원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시리즈에서 한 유니폼만 입는 건 올해 KT가 최초다. 또한 정조대왕 유니폼을 입은 KT는 좀처럼 지지 않았다. 지난 9월 8일 처음 정조대왕 유니폼을 착용한 이후 정규시즌 25경기에서 20승 2무 3패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이전까지 무승부를 제외한 승률은 무려 0.870에 달한다.
고영표는 "올해가 수원 방문의 해다. 또 정조 대왕 유니폼을 입고 8할 이상의 승리를 달성하면서 한국시리즈까지 왔다.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고, 수원이라는 글씨가 가슴에 박혀 있는 것이 자부심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에이스로 활약하며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5승 7패 평균자책점 3.28, 172⅔이닝 183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승 공동 1위, 탈삼진 전체 3위에도 올랐다. 그렇게 세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 2021년에는 우승 멤버로 활약했고, 2023년에는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이닝 7실점(6자책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첫 등판에서 7이닝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특별한 무대에서 승리를 놓쳤음에도 어느새 장안문 지킴이의 시선은 다음 등판으로 향했다. 고영표는 2차전에서 맞대결한 페덱이 경기 후 자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에 "나도 인터뷰했다면 페덱 선수를 칭찬했을 것이다. 좋은 투수전은 서로 잘해야 만들어진다"고 화답했다. 이어 "다음 경기에서는 내가 승리투수 인터뷰를 하면서 페덱 선수를 칭찬하겠다"고 미소와 함께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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