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명칼럼]

제5회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KDF)의 일환으로 치러진 코리아드라마어워즈가 지난 2일 저녁 경남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막을 내렸다. 주관 언론사의 연예부장으로서 그리고 4차례에 걸친 심사회의에 참여한 심사위원으로서 이 시상식이 무럭무럭 잘 커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다.
그날 새벽 서울에서 4시간여 달려 도착한 시상식 현장. 이미 중고생 팬들 400여명이 레드카펫 주위에 몰려 있었다. 주차장과 레드카펫, 대기실, 객석으로 이어지는 시상식 주인공들의 예상 동선을 꼼꼼히 확인하길 수차례. 오후 들어 심사위원장인 이순재씨를 시작으로 MC 전현무와 쥬얼리의 은정, 공연이 예정된 린과 에이핑크 등이 속속 현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행사 시작. 연기대상에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 최우수연기상에 '추적자'의 김상중과 '옥탑방 왕세자'의 한지민, 우수연기상에 '유령'의 곽도원과 '넝쿨당'의 이희준, '골든타임'의 송선미, 그리고 현장 반응은 최고였던 베스트커플상에 '응답하라 1997'의 서인국과 정은지.."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훈훈한 현장 평가와 1500여 객석의 뜨거운 반응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정작 이번 시상식이 전해준 특별한 감동은 전혀 다른 곳에서 다가왔다. 이 시상식이 TV로 생중계되지 않은 탓에 현장에 있지 않았으면 도저히 맛볼 수 없었던 것. 그것은 바로 중간 10분의 휴식시간을 빼놓고 2시간 동안 진행된 경남문예회관 비좁은 객석을 꼼짝 않고 지킨 수상자 및 시상자들의 살뜰하고 사려 깊은 '신심'이었다.
"같은 연극단에서 활동하다 이렇게 10여년만에 공동수상을 하니 감개무량하다"는 곽도원의 수상소감, "데뷔 16년만에 처음으로 상이라는 걸 받았다"는 송선미의 울먹임, 그리고 "모든 공을 박지은 작가에게 돌린다"는 '대상' 김남주의 겸손한 멘트까지 그 모든 게 객석 맨 앞줄에 앉은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의 가슴에 꽂힌 듯 했다. 심지어 "제 말은 듣기나 하는 겁니까?"라는 예의 전현무의 독한 멘트까지도 이들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게 했다.
다들 아시지 않는가. 여느 시상식에서, 그것도 TV로 생중계되는 번듯한 드라마 시상식에서, 자기 수상시간 혹은 시상시간이 끝나면 부랴부랴 자리를 뜨는 그 황망한 모습을. 동료 연예인들의 싸늘한 빈자리를 향해 애써 준비한 수상소감을 전해야 하는 또 다른 수상자들의 민망함을.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대기실에만 있다가 자기 수상 차례가 돼서야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스타들의 도도함을.
하지만 이날 진주는 달랐다. 남녀신인상 수상 때부터 마지막 연기대상 수상 때까지 객석 맨 앞 열과 2열의 스타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때로는 큰 박수를 쳤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렸으며, 또 때로는 수상소감에 공감한 듯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상을 받고 내려온 동료들한테 손을 내밀며 진정한 축하의 정을 전했고, 객석에 자리잡은 팬들의 박수와 환호에는 같이 장단을 맞추며 즐거워했다.
추석 연휴와 개천절(10월3일)이 낀 샌드위치 연휴에, 서울에서 320여km나 떨어진 지방에서, 그것도 오고가고 하루 종일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건 일반인들도 쉽지 않은 일일 터.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밴에서 내려 레드카펫을 밟으며 시상식장에 들어설 때부터, 시상식이 끝난 후 팬들의 큰 함성을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갈 때까지 이들은 이날 시상식의 진정한 주인공이었고 주인공답게 행동했다.
이순재, 곽동연, 린, 서인국, 윤진이, 이희준, 곽도원, 한지민, 송선미, 김상중, 김남주, 박지은 작가, 이장수 로고스필름 대표, 장태유PD(이상 맨 앞 열 왼쪽부터), 오초희, 로지, 유리아, 홍아름, 경수진, 윤보미, 손나은, 홍유경, 정은지, 노종찬PD, 신동기PD(이상 2열 왼쪽부터)..
이날 코리아드라마어워즈의 진정한 주인공들은 바로 자신들의 소중한 2시간을 아낌없이 동료들에게 내준 바로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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