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기 딱 좋은 화창한 날씨였는데, 피분장을 하고 누워있는데 더 슬픈 느낌이 들었죠. 준호 캐릭터가 짠한 캐릭터였는데 예쁘게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같았다. 배우 박건일이 '첫 번째 남자'에서 악인이 자신의 친모였단 사실로도 모자라, 그의 차에 치여 죽는 비극적인 결말로 안타까움의 극치를 선보였다.
박건일은 최근 스타뉴스와 만나 MBC 일일드라마 '첫 번째 남자'(연출 강태흠, 극본 서현주, 안진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번째 남자'는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 여자와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은 여자의 치명적 대결을 그린 드라마다. '두 번째 남편', '세 번째 결혼' 서현주 작가의 '숫자 시리즈'이며 '친절한 선주씨', '세 번째 결혼', '마녀의 게임' 강태흠 PD가 의기투합했다.
극 중 박건일은 미슐랭 쓰리스타 출신의 레스토랑 헤드셰프 강준호 역을 맡아 오장미를 만난 후 생애 처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한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인 인물이다. 강준호는 자신의 이복동생 강백호(윤선우 분)가 동시에 오장미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질투의 화신이 됐고, 자신이 일한 드림호텔의 사장 채화영(오현경 분)이 자신의 친모였단 사실을 뒤늦게 알고 괴로워했다. 강준호는 채화영이 오장미를 죽이기 위해 몰았던 차에 뛰어들어 오장미를 지키며 사망했다.

-'첫 번째 남자' 엔딩은 어떻게 봤는지. 강준호가 엄마 채화영의 차에 치어 죽었지만, 다른 인물들은 해피엔딩이었다.
▶배우로서는 좋은 엔딩이었고 캐릭터로서는 슬픈 엔딩이었다. 135부에서 140부 대본을 받아서 처음 본 그 날에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137~140부 촬영장에서는 계속 기분이 다운돼 있을 정도였는데 작품에는 그 감정이 잘 묻어난 것 같다. 결말은 처음에 알고 시작하긴 했다. 작가님께서 마지막 단추를 잠그고 끝난다고 하셨는데 준호가 엄마 손에 죽는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제 마지막 대사가 오장미를 구하다가 차에 치이는데 그 순간에도 '장미 씨는 괜찮아요?'라며 죽는다. 강준호가 악녀 채화영을 엄마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해서 엄마에 대한 연민을 갖고 끝나면 안 될 거라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던 인물 중에 제가 있었는데 서린이 말고 장미를 좋아하는 모습도 이해하지 못하시더라. 준호는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차에 뛰어든 것 같다.
-당초 120부작이었다가 20회 연장을 하고 140회로 종영했는데, 드라마의 인기를 어디서 실감했는지.
▶시청자층이 어르신이 많았는데, 지난 명절에 지인들이 저를 엄청 태그하더라. 명절에 지인의 부모님들이 시청하는 걸 태그해준 것이었다. '저희 어머니가 많이 보세요'란 말을 많이 들었다. 길에서도 알아보셨고, 군대 있을 때 간부셨던 분이 전화 오셔서 '이 다음에 어떻게 되냐'고 물으시기도 했다.
-강준호 역에 대한 시청자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저 친구는 선역 얼굴인데 악역을 하는 게 신기하다', '판사 이한영 때에 이어 이번에도 악역이다'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이번엔 더 '연기 잘하네'란 말을 듣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캐릭터를 잘 가져가려고 했다. 이효정 선배님도 중후반부에 '너 이제 된 것 같다. 잘해서 기특하다'고 말해주셔서 좋았다. 제가 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 4학년 때 '오디션 테크닉' 수업을 이효정 선배님께 들었는데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바로 알아봐 주셨다.
-강준호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하고 연기했나.
▶준호는 시작부터 악녀에게 버려진 결핍이 있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미슐랭 3스타 셰프로 나왔는데, 사랑을 못 받은 만큼 요리로 인정받으려 했던 거고 몸부림을 친거다. 완벽주의인 부분도 준호의 결핍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의 크리스찬 베일 역을 보면 준호 캐릭터가 보인다. 처음에 오현경 선배님과 극에서 싸울 때 할 말 다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모습은 저와 완전히 반대였다. 시청자들이 '캐릭터 붕괴'가 제일 심한 캐릭터로 저를 꼽았다.


-강준호는 미국 요리대회 1등 출신에 미슐랭 3스타 셰프였는데, 실제 요리실력은 어떻게 되는지? '흑백요리사' 등 참고한 콘텐츠나 롤모델이 있었는지?
▶감독님께서 안성재 셰프님이 T처럼 말할 때의 모습을 추천해 주셨는데, 저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속 강레오 셰프를 생각하고 연기했다. 강레오 셰프께서 예전에 최강록 셰프님에게 말할 때 입을 닦으면서 내심 따뜻하게 말하는 장면을 참고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영자 엄마(최지연 분)께서 제가 오현경 엄마에게 가려고 할 때 막는 신이 기억에 남는다. 한영자 엄마가 저에게 '어떻게 지옥 불구덩이에 가는 걸 지켜볼 수 있냐'고 하시고 저는 '제게 채화영의 피가 흐른단 말이에요'라고 말하는 신이었다. 미안함과 괴로움과 자기연민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너무 너무 슬퍼서 그 신을 찍고서 카메라 감독님이 많이 우셨다. 뒤풀이 때도 그 신이 제일 좋았다고 해주셨다. 제가 마지막에 죽는 신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죽기 딱 좋은 화창한 날씨였는데 피분장을 하고 누워있는데 더 슬픈 느낌이 들었다.
-함은정 배우와는 가수 시절부터 인연이 오래됐는데. 함은정 배우가 종영소감에서 박건일 배우에 대해 '티아라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한 사이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함께 연기하니 어땠는지.
▶작년에 함은정 씨 유튜브를 찍고서 제가 '첫 번째 남자' 캐스팅이 돼서 신기했다. 은정이에게 나중에 말하니 '너무 잘됐다'고 해줬다. 연기할 땐 은정이가 제 역할에 대해 '이렇게 하면 더 매력적일 것 같아'라면서 잘 챙겨줬다. 다만 저희끼리 멜로를 찍어야 하니 은정이가 어색해하는 것 같더라. 은정이가 '첫 번째 남자' 촬영 전에 저에게 청첩장을 줬는데, 은정이 결혼식을 가니 가수, 관계자 등 저와 겹치는 지인이 많아서 제가 아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은정이가 저랑 같이 하객 자리 배치도 하면서 결혼식을 준비했다.
-오현경, 윤선우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현경 선배님은 이번 드라마를 찍으며 처음 뵀는데 워낙 베테랑이셔서 너무 좋았고, '어쩜 저렇게 멋지실까' 싶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현장을 유쾌하게 이끌어 가주셨고 연기에도 진심이셨다. 항상 대본을 열심히 보시고 항상 좋은 말만 해주셨다. 선우 형도 연기에 진심인 사람이더라. 도움도 조언도 많이 받았다.

-'첫 번째 남자'는 박건일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저로서는 메이저 채널의 첫 주연이어서 너무 기억에 남을 것 같고 감사한 작품이 되겠다. 배우, 스태프들끼리 케미가 좋아서 이번에 낚시 모임도 생겨서 그쪽에 합류할 예정이다. 쫑파티도 세 번이나 했는데 다 참석했다.
-최근작으로 '결혼 먼저 해버린 부부', '네뷸라(Nebula)' 등 숏폼 드라마가 연달아 있었다. 숏폼 드라마는 롱폼 일일극, 미니시리즈와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지.
▶숏폼은 촬영 기간이 일주일 미만이어서 일일극과 느낌이 다르다. 숏폼은 찍는 것도 세로로 찍으면서 가깝게 찍어야 하더라. 바스트샷도 최소 웨스트샷까지 길게 나오고 팔을 넓게 쓰지 않는 게 신기했다. 제가 데뷔를 늦게 했다 보니 뭐든 해보자고 생각해서 소극장에서 연기도 해보고 숏폼도 해보려 한 거다.
-차기작과 향후 활동 계획은?
▶제가 작년 말부터 드라마를 촬영하느라 일본에 잘 못 갔는데, 오는 8월과 9월에 초신성 콘서트가 있다. 10월엔 단독 팬미팅도 한다. 작품도 지금 얘기중인 게 있는데 그게 되면 내년 초에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그 사이 좋은 기회가 있으면 뭐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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