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문제연구소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이토 히로부미 추도회 준비위원과 내선융화단체 대정친목회 평의원 등으로 활동한 사실 등을 근거로 삼으며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지적했다.
14일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상호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안상호(1874~1927)는 대한제국 관립일어학교와 도쿄 자혜의원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전문직 의사였지만,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친일·부일 협력 행적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주요 친일 행적에 대해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추도 ▲식민통치 및 수탈기구 참여 ▲내선융화 및 친일단체 활동 ▲동화주의의 내면화 등을 언급했다.
또한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지 않아 친일파로 보기 어렵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2009년 발간 당시 민족문제연구소가 축적한 자료로는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선정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편찬위원회의 결정으로 수록을 보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친일 행적이 없음'을 뜻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해방 60여 년 만에 결실을 맺은 사전 편찬 작업은 당시 축적된 학술 연구 성과와 사료의 한계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인력과 자료 부족으로 인해 판단이 보류된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며 '친일인명사전' 등 과거사 기록 사업은 완료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료의 발굴과 검증을 통해 '보유편'과 '개정증보판'으로 이어지는 현재진행형 학술 사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배우(하영) 개인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성찰 없이 발언하여 대중에게 상처를 준 '역사인식과 성찰 부재의 문제'에 있다. 조상의 과오를 성찰 없이 미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태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영은 최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을 포함해 다수의 예능, 영상 콘텐츠 등에서 자신의 집안이 '4대째 의사 집안'임을 언급해왔다. 특히 증조부에 대해 "증조부가 한양에서 서양 의학 전문 의원을 가장 먼저 연 분 중 한 분이다.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후 한양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밝혔다.
이후 온라인상에는 하영이 방송에서 언급한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도쿄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물인 동시에 일제강점기 친일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안상호가 1918년 12월 10일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를 통해 "나는 일본인과 같아 옷도 일본 의복을 입고 아내도 일본 여자다. 집안의 규율이나 식생활도 모두 일본식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조선 사람과 달리 두루마기 한 벌조차 없다"고 발언한 기록까지 드러나며 대중은 더욱 분노했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10일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두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세웠으나 하루 뒤인 11일 돌연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발언 당사자인 하영 역시 12일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무지한 상태에서 증조부에 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했으나 공분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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