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해인이 섬세한 감정 표현과 로맨스 연기, 여기에 명불허전의 액션까지 다시 한번 자신의 강점을 증명했다. 그러나 작품이 남긴 여운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뜻밖의 변수가 너무 컸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은 기억상실에 걸린 검사 고은새(하영 분)와 자칭 남자친구라 우기는 복싱 코치 장태하(정해인 분)의 설렘 가득한 동거 생활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정해인에게는 분명 또 하나의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극을 이끄는 중심축으로서 감정의 완급을 조절했고, 과하지 않은 표현만으로도 인물의 진심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정해인이 그려낸 '순애보의 정석'은 익숙한 '아는 맛' 그 이상의 진가를 발휘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엄마친구아들' 등을 통해 입증해온 '로맨스 장인'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셈이다.
여기에 액션 연기 역시 빛을 발했다. 정해인은 강도 높은 액션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장태하의 절박함을 놓치지 않았다. 인물의 감정을 녹여낸 액션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하지만 작품 공개와 맞물려 예상하지 못한 논란이 터졌다. '이런 엿같은 사랑'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하영이 과거 방송과 인터뷰 등을 통해 자랑스럽게 언급했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확산됐다.
하영은 결국 직접 사과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저는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며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후폭풍은 작품과 함께한 배우들에게까지 이어졌다. 당초 정해인과 하영은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작품 관련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된 뒤 하영이 먼저 인터뷰 일정을 취소했고, 정해인 역시 예정됐던 인터뷰를 취소했다.
작품을 마친 뒤 배우가 직접 캐릭터와 결말, 촬영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작품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었던 기회마저 사라진 셈이다. 더욱이 이번 논란은 정해인의 연기나 작품의 완성도와는 무관한 외부 변수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한다.
'엄마친구아들' 이후 2년 만의 복귀작에서 제 몫을 다한 정해인이었지만, 정작 그의 연기와 작품의 성취가 평가될 시간조차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하영의 논란이 작품에 남긴 씁쓸한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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