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에서 허진호 감독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 억울한 심경을 표했다.
27일 밤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 1527회에서는 '암살자(들), 누가 선을 넘었는가' 편이 그려졌다. 영화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번진 '암살자(들)'에 관한 논란이 집중 조명됐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날 허진호 감독은 "암살범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설정은 애당초 한 적이 없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일단 박정희 대통령이 이 사건을 알고 '묵인 또는 자기가 기획을 했다' 이런 설정 자체가 잘 안 맞았던 게,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런 일을 시킬 수 있을까? 자기 아내를?' 그거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그래서 일단 그 부분을 배제하고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암살자(들)'을 본 관객들이 '사건 배후로 박정희 대통령을 연상했다'는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허진호 감독은 "개봉 전에 2만 명 넘게 초대해 관객 시사를 했다. 시사를 했을 때도 이런 얘기가 전혀 안 나왔다. 심지어 기자 시사를 하지 않았나. 민감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런 질문은 안 나왔다. 저도 이것이 왜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암살자(들)'의 시작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허진호 감독은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때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 당시에 저희 부모님뿐 아니라 누나도 그렇고 저도 슬퍼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서, 그 사건을 저도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 2005년에 나왔던 다큐멘터리를 봤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였다. 그걸 보고 나서 1974년 실제 수사 발표와 2005년에 나온 것들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거는 영화로 다루고 싶은 매력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다큐멘터리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토대로 영화를 구상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당시 경호관이나 그다음에 감식계장, 심지어 문세광을 들여보내게 했던 경호계장이나 정말 많은 사람의 인터뷰를 실제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허진호 감독은 "74년도에 알려진 수사 발표와 그걸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었을 거 같다. 그런데 2005년도에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도 있었던 것 같다. 주요 언론들, 역사학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을 가지고 저는 영화를 만들었고, 질문을 극화시켰다. 그래서 '왜 74년도에 나온 그 결과에 따르지 않고 새 얘기를 하느냐', '왜 거기에 의문점을 다느냐'라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소신 목소리를 냈다.
영화계에서도 안타까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명세 감독은 "제가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는데 배우들 집 앞에 가서 시위를 하는 걸 보고 '어? 이거는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 점들이 사실 경악스럽다. 투자자들을 쫓아내고 위축시키는 거 같다. 사실 창작자들한테 상상력을 금지시킨, 상상력에 족쇄를 채우는 진짜 우려스러운 현실이다"라고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문현성 감독 역시 "어릴 때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들었던 '금지 가요'가 생각이 났다. ('암살자(들)' 논란처럼) 이런 식으로 '금지 가요'라는 거를 누군가 지정했었겠구나 싶더라. 이러한 현실이 그냥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상황들이 이어지면, (금지 가요를 지정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싶다. 어쩌면 '금지 영화', '금지 작품'을 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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