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현서 살아서 다같이 밥먹었으면 좋았을 것"

'괴물' 봉준호 감독, 관객과 대화의 시간 가져

부산=김경욱 기자 / 입력 : 2006.10.1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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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16일 오후 부산 남포동 대영시네마에서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행사는 상영관 내부 조명이 밝지 않아 컴컴한 가운데서 진행됐지만 봉준호 감독은 객석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이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상영관에는 중고생들을 비롯한 부산시민들과 국내외 팬들이 함께해 봉준호 감독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다음은 관객들과의 일문일답.

-영화에서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먹인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거둬서 먹인다는 의미다. 나도 애를 키워봐서아는데 이게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 처음 가족들이 병원을 탈출할 때,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현서가 하수구에서 며칠을 굶은 거지'라는 대사다. 이는 원초적인 공포다. 내 아이가 며칠을 굶었다고 생각하면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든다.


강두가 병원에서 세주를 걱정하다가 다음 장면에서 골뱅이를 먹고 있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자기 딸이 어떻게 되던간에 먹어야 한다. 이는 괴물도 마찬가지다.

또 가족들이 한강을 수색하다 지쳐 매점에 잠입해 컵라면과 만두를 먹는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은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다. 현서를 구출해 같이 밥을 먹고 싶은 것이 가족의 목적이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도 배고프니까 음식을 먹는다. 그 비참함이 느껴지는가. 자식은 하수구에서 며칠을 굶고 있지만 내가 배가 고프니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마지막 장면 역시 현서를 통해 이루지 못한 것을 세주에게 밥을 차려주면서 이룬다. 이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서 영화가 마무리 되는 것은 이러한 의도 때문이다. 하수구에서 현서가 세주에게 먹고 싶은 것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현서도 세주와 함께 무사히 탈출했더라면 현서에게 그것들을 사줬을 것이다.

-영화에서 송강호가 딸이 죽자마자 세주를 껴안는 모습을 보면서 봉 감독에게 서운했다. 어떤 설정인가.

▶그 대목에 있어서 나역시 서운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슬펐음을 고백한다. 현서가 살아 돌아와 다 같이 밥상에서 밥을 먹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처음부터 앵벌이 형제(세주 형제)가 등장 한 것은 그런 결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송강호가 자고 있을 때 과자 훔치려고 손을 뻗는 아이가 있는데 그게 바로 세주다. 거창하게 입양을 권장한 영화가 아니다. 현서가 가슴 아프게 죽지만 이는 단순한 죽음이 아닌 '희생'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강두가 세주를 껴안는 장면은 아이가 태어나는 느낌으로 찍었다. 현서가 필사적으로 세주를 구하려고 했고 그의 죽음으로 세주가 다시 태어난 것이다. 세주가 괴물 입속에서 타액에 묻힌채 송강호 손에 이끌려 나오는 것. 이를 통해 출산을 의도했다.

-'괴물'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주위의 반응이 어땠는가.

▶처음부터 괴물영화를 찍는다는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주위의 반응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인들에게 이야기한 적있는데 반응이 모두 한결같았다. 경악하면서 절대 하지말라고 하더라. 괴수 영화라는 장르에대한 편견이 심했다.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짓밟힐 것 같아 장르와 소재를 숨겼다.

-한강을 배경으로 해 지방 관객들이 공포감을 덜 느낄 것 같다. 한강을 배경으로 한 의도는?

▶여러번 이야기한 것 같지만 중고교시절 아파트에 살았다. 내 방에서 보면 한강이 보였다. 그때 괴물이 지구 반대편이 아니라 내 눈앞에 나타나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생각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틀이 잡히게 됐다.

한강은 내게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공간이다. 물론 이것은 지방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부산을 염두에 두고) 낙동강을 배경으로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관객 웃음) 한강은 고도성장을 함축하고 있는 그런 정치적 역사적 상징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모든 강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수는 없다. 이해해 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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