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가 눈물 흘리며 편지쓴 이유

[기자수첩]남한강 다녀온후 소속사 설득.."직접 밝히겠다"

이규창 기자 / 입력 : 2007.01.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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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지호가 울었다. 다 큰 사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펑펑 눈물을 흘리며 글을 썼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옛 연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편지다. 그러나 그녀와 조용히 나누어야 할 이별의 편지는 세상 사람들에게 밝히는 심경 고백으로 바뀌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1년간 사귀었던 연인과의 사랑은 연예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밝히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는 소위 '텐프로'라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호스티스였다. 세상 사람들이 낮추어 보는 직업을 가진 그녀에게 오지호는 아무런 계산없이 다가갔다.


오지호의 한 측근은 "연예인으로서 교제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사자가 개의치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제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연예인'과 '호스티스'라는 신분 때문에 수시로 갈등과 슬픔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호는 16일 미니홈피에 남긴 글에서 배우로서 좋은 기회를 잡아 바빠진 시기에 그녀 쪽에서 '웃을 수 있을 때 헤어지자'며 이별을 고해왔다고 밝혔다.

오지호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던 이별의 순간에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그동안 겪었던 고통, 또한 저의 남모를 고민을 우린 서로 너무나 잘 알고있었기 때문입니다"라며 당시의 심경을 고했다.


제3자로서 두 사람의 신분을 고려해 볼 때, 그간 얼마나 많은 고민과 슬픔이 있었을 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한 그녀의 자살 이후 오지호가 겪었을 심적 고통 또한 적지 않았으리라.

16일 새벽 그녀의 유골이 뿌려진 남한강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돌아온 오지호는 일부 언론보도와 인터넷상에 퍼지는 루머로 인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소속사가 앞서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오지호가 루머의 당사자가 아니다"고 부인한 상황이었고, 그녀와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연예인으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상황이었음에도 직접 그녀와의 관계를 인정하는 글을 남긴 것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루머의 진원지를 찾아 법적대응을 하려 했다. 배우의 이미지를 생각해 교제사실은 숨길 수밖에 없었지만, 루머의 내용을 들으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지호가 남한강에 다녀온 뒤 직접 사실을 밝히겠다며 소속사를 설득했다는 것.

측근에 따르면 오지호는 1주일간 심한 마음 고생을 했지만 남한강에 다녀온 뒤 글을 남길 시점에는 차분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글을 쓰는 동안 감정이 격앙돼 오지호는 수시로 눈물을 훔치며 글을 써야 했고. 미니홈피에 입장을 밝히는 글을 올린 뒤에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남녀가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에 제3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게다가 결별 이후 한 사람이 슬픈 결말을 맺은 것에 옛 연인에게 책임을 지우고 뒤늦게 그들의 연애사를 들추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특히 고인에게도 상처가 될 일이라면 마땅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오지호씨를 연결시킬 단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만약 그녀가 오지호를 원망하고 그가 잘못되기를 바랐다면 저주를 퍼붓는 유서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그녀의 죽음으로 슬픔을 겪는 오지호에게 두 번의 고통을 주고 고인에게도 상처를 주는 불필요한 들추기는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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