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 김형은..그들을 두번 죽이는 '악플'

[기자수첩]

이규창 기자 / 입력 : 2007.01.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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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새해 벽두부터 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자살, 죽음, 폭력, 유산 등 듣기만 해도 섬짓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고 매 사건마다 불행해지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진 그들을 한 번 더 죽이는 '악플러' 또한 존재하고 있다.

2003년 가수로 전향하며 섹시 이미지를 어필했던 가수 유니는 20개월 만에 3집 앨범을 내놓고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루 앞둔 21일 낮12시50분경 인천 마전동의 아파트에서 그녀는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2년전 우리 곁을 떠난 故이은주에 이어 2년만에 연예계에 닥친 '스타의 자살'이라는 비보는 관계자들은 물론 네티즌들에게까지 충격을 던져줬다. 또한 애도의 물결 속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에 대한 지난 기사에 '악플'을 남겼던 네티즌들을 성토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악플이 그녀를 죽였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는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가족의 진술이나 컴백을 앞두고 심적 부담이 컸던 정황을 볼 때 네티즌들의 섬짓할 만큼 원색적으로 그녀를 비방하는 댓글은 분명 독소가 됐을 수 있다.

비단 故유니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교통사고로 병상에서 생활하다 끝내 숨지고 만 故김형은 역시 특정인의 지속적인 비난글 때문에 두 번 죽은 셈이 됐다. 급기야 네티즌들이 '악플러'의 미니홈피 등을 찾아가 항의글을 남기는 등 '눈에는 눈' 방식의 응징도 따랐다.


지난 16일 소속사 미니홈피에 글을 남겨 자살한 술집 호스티스 출신 옛 연인과의 관계를 밝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탤런트 오지호 역시 '악플'의 희생자다. 그는 물론 9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한 그녀의 옛 연인 또한 악플에 유린됐다.

소속사가 오지호와 그녀와의 관계를 부인하던 상황에서도 오지호는 오히려 자청해 글을 남겼다. 그 이유는 남에게 드러내기 힘들었던 그녀의 부끄러운 직업을 공개하고 또한 방탕한 생활로 빚을 졌다는 내용이 퍼지는 등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지호는 "단지 그녀의 직업만으로 그녀를 마음대로 재단하지 말아달라. 그녀의 영혼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달라"는 말로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물론 오지호의 이 같은 글에도 여전히 '악플'은 따랐지만, 그의 용기만큼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1월1일 이민영과 이찬의 파경 뒤에 숨겨져있던 가정폭력 문제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고 유산까지 했다"는 이민영의 말에 충격받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그러나 여지없이 '악플'은 폭력으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그녀를 두 번 죽이려 들었다. "맞을 짓을 했겠지"부터 그녀의 가족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고, 이후 이민영은 일체 식사를 하지 못할 만큼 심적인 고통을 받았다. 또한 가족들마저 평정심을 잃을 만큼 '악플러'들의 글 한 줄, 말 한마디에 하루에도 몇 번 씩 지옥을 오갔다.

이민영은 네티즌들의 악플의 근거가 됐던 이찬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명예훼손 형사고소로 대응하며 "나보다 가족, 특히 어머니를 매도하는 인터넷의 댓글을 보고 참기 힘들었다"며 이유를 말했고, 가족들 역시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읽다 보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사건사고와 어두운 일일수록 오히려 빛을 발하며 기승하는 것이 '악플'이지만, 심지어 좋은 일에도 '악플'이 끼어든다. 가정폭력이 연계된 이혼으로 고통을 겪었던 이경실은 지난해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에 출연해 "10년 뒤 내 아이들이 보게 된다. 제발 악플을 올리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한 여자로서 또한 어머니로서 그녀가 눈물로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잠시라도 생각했을까? 그녀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과거를 들쑤시고 왜곡하는 악플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최근 드디어 재혼에 성공하게 된 이경실 김미화 두 명의 개그우먼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격려도 많았지만, 초를 치고싶은 '악플' 또한 여전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며 자신의 욕구를 배설하려는 '악플'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는 거리가 멀다. 2007년, 음력으로 새해는 아직 밝지 않았다. 새해에는 익명 속에 숨어서 행해지는 '악플'의 폭력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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