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기업, 톱스타 계약 '이름값 못낸다'

엔터기업 허와 실 (上)교섭권만 확보 수익은 불확실

이규창 기자 / 입력 : 2007.02.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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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연예인과의 전속계약 가치는 얼마나 될까?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대한 가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특히 매출과 수익의 근원이 되는 연예인들의 전속계약은 여전히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항목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아니면 단순히 '유명인 효과'에 불과한 과대 광고일까.


△ 전속계약은 무형자산.. 기간 상각하는 '영업권'

연예인과의 전속계약은 엔터 기업에게 '영업권'에 해당한다. 통상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연예인은 회사에 드라마, 영화 등 작품 출연 교섭과 초상권 등 부가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수익배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는다.

회사가 한 연예인과 3년간 3억원에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면 1년에 1억원 가치의 영업권을 보유하는 셈이다. 영업권은 기간에 따라 상각되고 연예인을 통해 창출된 수익에 상각된 계약금이 매출원가로 잡히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연예인 전속계약은 엔터 산업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다른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연예인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만으로는 해당 기업이 얻을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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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1년. 전속금은 기간 상각분, 괄호는 수익배분율, 내용은 가상


△ 한국 엔터 산업의 기형적 구조.. 수익과 비용부문 구분 안돼

배우들을 비교해 보면 톱스타들이 즐비한 할리우드에서는 작품 출연계약 및 광고계약을 주선하는 에이전트와 스케줄 관리, 의상 협찬과 운전 등 연예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니지먼트 영역이 분리돼있다.

연예인은 계약을 맺은 회사를 통해 출연료를 교섭하고 회사는 매 계약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몇 개의 대형 회사에 의해 시장이 안정돼있어 수수료(수익배분율)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계약된 연예인에게 얼마나 유리한 조건으로 출연료 등의 협상을 이끌 수 있는지에 따라 에이전트의 수익이 달라지고 능력이 평가된다.

따라서 2001년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와 5년간 총액 6500만달러를 받는 대박 계약을 맺게 해준 스캇 보라스와 같은 스타 에이전트가 엔터 업계에도 존재하게 되는 것. 대신 수백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은 전속 운전기사와 경호원, 스타일리스트와 의상 코디네이터, 미용사 등을 직접 고용한다.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비용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일본에서 연예인은 회사의 직원 개념이다. 근속년수와 기여도에 따라 기본급과 보너스를 받고 초상권 등 부가 사업에 대한 권한은 회사가 갖는다. 연예인은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고용 보장과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받고, 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연예인들을 포트폴리오 전략에 맞게 활용하며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해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속금과 유사한 개념은 음반 산업에 존재한다. 가수들의 경우 (에이전트를 통해)음반사와 일정 기간 내에 몇 개의 앨범을 내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받는 경우가 흔한데, 국내에서는 음반제작이나 작품출연 전제 없이 교섭권에 대해서만 계약금을 지급받는 것이 관행이다.

따라서 교섭권만을 확보한 매니지먼트사는 확정비용이 발생하지만 수익은 불확실하다. 게다가 수익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전트 역할보다 비용 부문인 매니지먼트에 역량이 집중된 회사들이 많아, 그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톱스타들은 전속계약을 이탈하려는 욕구가 커지게 되고 이를 붙잡으려는 회사 측의 계약조건은 더 불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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