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사랑? 마음에 자리가 없어요"

유순호 기자 / 입력 : 2007.04.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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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기자
최진실은 올해 연기자 생활 20년을 맞았다. 1988년 스무살의 나이로 데뷔해 숱한 화제작의 주인공이 됐던 그는 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도 여전히 주인공이고 더욱 단단해진 프로의식을 갖고 있다.

MBC 일일연속극 '나쁜여자 착한여자'에서 6년동안 다른 여자와의 사랑을 숨긴 남편을 끝까지 냉정하게 버리지 못하는 착한여자 세영 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MBC 모든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가 하면, 시청 불모지나 다름없는 오후 8시 전후의 이른 시간을 집중 시청 시간대로 만든 것도 최진실의 공이 크다.


한 번의 실신과 수 차례 병원을 드나들며 체력을 보충할 정도로 힘들게 촬영하고 있는 최진실을 어렵게 만났다.

설렁설렁 그냥은 못가죠

-자신을 너무 막 대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연기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일일드라마는 매 장면마다 힘줘서 하면 안되고 잘 조절해서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에 미니시리즈를 해서 그런지 한 신 한 신을 그냥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절반 정도 됐을 때 힘이 빠지면서 큰일 났다 생각들었어요. 요령을 못 부리겠어요.

-그래도 페이스 조절을 좀 해야죠.

▶지금 전체의 3분의 2 정도 왔는데 원래 했던 대로 계속 해야죠. 제 성격이 그래요. 설렁설렁 그냥은 못가죠.

-그런 노력을 생각할 때 결과는 만족하나요.

▶원래 드라마가 없던 자리에 들어갔는데, 제가 시청자라도 그 시간대에는 TV를 잘 안 보게 될 거 같아요. 그런 어려운 조건을 생각하면 시청률은 잘 나오는 편이겠죠. KBS 일일드라마와 맞불 작전을 하면 좋은데 그런 상대가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승부에서 별로 져 본 적이 없는거 같은데요.

▶아니에요. 많이 이겨보기도 했고 져 보기도 했죠. 모르겠어요. 요즘은 드라마를 보는 감이 좀 떨어진 것 같아요. 잘 될 거 같은 드라마들이 시청률이 안나오고, 기대 안했던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나오고 하는 걸 보면요.

-화제를 모았던 전작 '장밋빛인생'의 맹순이와 비교해 지금 맡고 있는 세영이 역할은 어떤 차이가 있죠.

▶둘 다 평범한 인물은 아니에요. 남편들이 바람 피고 피해자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인데, 전혀 다르죠. 맹순이는 많이 터트리고 심지어 남편을 구타 하기도 하고 그래서 분노의 3종세트도 나왔잖아요.

세영이는 너무너무 답답하죠. 만일 저라면 더 울분을 토하고 남편에 대한 배신감으로 상대 여자에게 더 따질 텐데. 오히려 굴욕 3종세트가 나올 정도로 차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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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기자
'굴욕진실' 이건 정말 내 모습 아닌데

-세영의 굴욕 시리즈는 뭐죠.

▶2탄까지 나왔는데요. 딸과 피자를 먹는데 갑자기 남편(이재룡)이 나타나 피자를 물고 멍하니 쳐다보는 장면과 따로 사는 남편 집에 가서 김치를 담궈주다 남편 한테 지긋지긋하다는 욕먹는 장면이죠. 심하게 무안주는 남편 한테 아무 말도 못하는 세영의 모습을 말하는 건데 곧 3탄도 나올 것 같아요.

-계속해서 고전을 겪던 MBC 일일 드라마가 살아나 역시 최진실이라는 찬사도 많아요.

▶연속극이라는 것이 혼자서 끌고 나갈 수 없고 많은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정말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오죠. 혼자 한다고 되는게 아닌 것 같아요.

-세영이와 최진실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세영이는 남편을 잡기 위해 울어도 보고 협박도 해보고 그러면서 끝까지 남편을 떠나지 않죠. 하지만 저 같으면 돌아선 남편의 마음을 잡고 싶은 생각은 없을 거에요. 저 같으면 깨끗이 끝냈을 것 같은데 그게 저와 세영이의 차이겠죠. 저는 뱃 속에 있는 아이도 남편 없이 그냥 혼자 기를 것 같아요.

-젊음을 유지하는 걸 보면 대단한데, 실제 연하와 연기한 것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더 나이 먹기 전에. 하지만 투샷으로 잡았을 때 이모와 조카 같으면 안되겠죠. 적당한 연하의 남자와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근데 연하의 남자들이 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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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기자
외로움..일 사랑 행복

- 연기생활 20년을 맞아서 특별 이벤트는 없나요.

▶어휴, 전혀 없어요. 저는 생일에 대해서도 특별한 의미가 없고, 나이에 대해서도 그렇고, 식구들 생일도 잘 안챙기는 스타일이에요. 추석 때 연휴가 길게 있으면 너무 싫어요. 길거리에 사람이 없고 썰렁한 것을 보면 차라리 촬영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로워요. 저는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들이 기쁘고 들뜨지 않고 슬픈 감정으로 다가와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네요. 오로지 촬영할 때가 대본 볼때가 제일 좋아요.

-삶의 행복은.

▶일과 아이들 보는 거죠. 다른 분들은 어떤 목표로 사나요. 다 다르겠지만 제 요즘 행복은 그래요.

-아이들이 바쁜 엄마 때문에 서운하기도 하겠어요.

▶안그래요.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본도 함부로 하지 않고, 매일 TV 보면서 엄마가 왜 울었는지 물어보기도 하죠.

-아픔도 겪었지만, 지금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는 그런 것들을 잊고 보기 좋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꿈꾸는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고 싶어요. 근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더 크죠. 상대를 못 만난 것도 있고, 싱글도 아니고 애들도 둘 있는데 누가 나를 좋아하겠냐는 자책감도 들고. 만약에 운명적인 사람, 그러니까 내 상황을 다 이해해주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억지로 어떤 인연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아직까지는 마음에 자리가 없고, 친구는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주 한잔 하고 기댈 수 있는 친구요. 그렇다고 딱 내 남자라고 옆에 두기는 아직까지는 싫어요.

정말 제 생각 같아서는 환희 수민이가 엄마라는 존재가 귀찮아서 제발 남자친구 좀 만들라고 하기까지는 운명에 맡기려고요. 그건 모르는 거 같아요. 사랑만큼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알 수가 없어요. 마음 아프기가 싫어요. 다시. 그게 무섭고 두려운거 있잖아요. 누군가를 만날 때는 좋은데 헤어질 때 아픈게 너무 싫어서 피하게 되는 거요. 깊이 빠지려고 하지 않고 예전보다 많이 계산하게 되고. 아프지 않으려고. 아이들과 함께 하고 온 정렬을 다해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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