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美 서부극에 도전하고 싶다"

전주(전북)=김경욱 기자 / 입력 : 2007.04.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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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홍기원 기자 xanadu@>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박찬욱 감독이 27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 메가박스에서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 행사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중고생들을 비롯한 전주시민들과 국내외 영화팬들이 함께 해 박찬욱 감독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행사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찬욱 감독은 객석의 질문에 친절하고 솔직하게 답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제작하기에 앞서 머리 속에 그린 이미지는?


▶처음 제작하려고 마음 먹은 이미지는 둥글게 환자들이 앉아서 그룹으로 치료를 받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사이보그 망상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단지 그들이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사랑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어느날 꿈을 꾼 적이 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턱이 빠지면서 탄피가 우루루 쏟아져 나오고, 손 끝에서 총알이 나오는 소녀가 꿈에 등장했다. 이와 더불어 사이보그 망상을 가진 소녀 정신 분열증 환자 이야기가 추가됐다.

-'복수3부작' 이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밝게 끝나는 영화다. 밝은 이미지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까지나 그런(복수) 영화만 찍을 수 없다. 음악가들은 여러 가지 분위기의 곡을 만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데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언제나 복수극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가끔씩 이런 종류의 밝은 영화를 해보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다. 복수3부작을 끝내고 나니까 이런 영화를 할 때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독특하다. 군만두 순대 무 등.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순대 70kg을 주문했다. 이 같은 음식을 선택하는 데 어떤 이유가 있었나?

▶그 과정은 잘 기억이 안난다. 즉흥적으로 했던 것 같다. 무는 깨끗하다는 느낌을 준다. 갉아먹기에 적당한 야채다. 뭐 맛있는 것도 아니지만 담백한 성격을 가졌다. 순대는 이와는 전혀 반대의 이미지다. 느끼할 수도 있고 어찌보면 징그럽기까지 한 음식이다. 이런 점을 영화 속에서 조합시켜보고 싶었던 것 같다.

-비와 임수정 중 누구를 먼저 캐스팅했나?

▶(정)지훈이를 먼저했다. 영화 시상식에서 춤추고 노래를 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젊음이 주는 약동하는 힘에 나도 반해버렸다. 미소는 또 얼마나 천진한가. 당시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는데 모두 넋을 놓고 있더라. 그래서 저 친구를 캐스팅하면 여배우를 캐스팅하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그 후에 '친절한 금자씨' 후반작업하면서 정지훈이 놀러도 오고 해서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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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홍기원 기자 xanadu@>


-영화에 왈츠곡이 자주 등장한다. 특별한 이유는?

▶이번 영화('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영화에서 시도해본 결과 내 영화에는 춤곡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왈츠라는 화사하기도 하면서 화려하기도 하다. 영화가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역설적으로 왈츠가 잘 어울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해서 왈츠가 많이 사용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주는 개인적인 의미는?

▶내가 만든 영화 중에 이 작품이 가장 덜 창피하다. 비교적 생각한대로 만들어졌다. 다른 영화들의 경우 잘 된 장면도 있지만 처음 구상에 못미치는 장면이 많다. 또 이 영화는 나 자신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영화들은 만들어 놓고 보기 싫었다. 영화도 어둡고 무겁지 않은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감독은 수백번을 보게 된다. 완성하고 나면 돌아보기도 싶다. 또 막상 영화를 보면 너무 부끄러워 은퇴는 물론이고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어쩜 저렇게 못 만들었을까.(객석 웃음)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또 임수정 정지훈 두 꼬맹이들이 노는 게 귀여워서 또 보고 싶다. 임수정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너무 예쁘지 않은가.

-평소 상상력을 충전하는 방법은?

▶요즘에는 시네마테크에 가서 고전 영화를 즐겨본다. 좋은 문학작품들을 읽기도 한다. 이 두 가지가 내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위대한 고전 영화들을 보다보면 영감을 얻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을 너무 위축시키고 좌절시킨다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다.

-관객의 입장으로 좋아하는 감독이 있을 텐데 실제로 만났을 때 가장 가슴 설렌 감독이 있다면

▶최고의 순간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만났을 때였다. 불행히도 그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같은 호텔, 같은 층에 묵었다. 지나가며 마주친 적이 있는데 린치 감독이 '굿 모닝'이라고 말하더라. 너무 당황해서 나는 대답도 못했다. 그렇게 떨린 적은 처음이다.

-해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가?

▶미국측 사람들이 함께 하자고 보내주는 시나리오의 70~80%가 복수극이다. 말도 안되는 것도 있지만 좋은 것이 들어오면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만약 미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서부극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되면 서부극이니 아마 복수극이 될 것 같다. 어떤 식으로 다룰지는 아직 생각 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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