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SM연습생으로 시작했지만 배우로 남고 싶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2.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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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sbrs23@>


중학교 1학년 때 언니 손에 이끌려 SM엔터테인먼트 문을 두드린 지 어언 7년, 천상지희와 소녀시대 사이에 이연희는 있었다.

다른 연습생들처럼 이연희도 춤을 배웠고 노래를 불렀다. 단지 다른 게 있었다면 연기 공부를 좀 더 했을 뿐이다.


딱히 연예인이 될 생각도 없었다. 그저 남들이 학원을 다니듯이 춤과 노래와 연기를 배웠을 뿐이다.

그랬던 이연희는 어느순간 배우가 됐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오기가 생겼으며, 사람들이 찾아주는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이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학원처럼 배우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연기를 못한다, 잘해라,라고 많이 혼나면 혼날 수록 오기가 생겼죠.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왕 했으니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보자고 결심했죠."


'황태자의 첫사랑'을 거쳐 'M'을 지나 이연희는 '내사랑'에 닿았다.

이래서 영화를 하는구나라는 맛을 알게 해줬던 '황태자의 첫사랑'은 이연희에게 배우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해줬고, 이명세라는 장인에 이끌려 끊임없이 조형되는 'M'을 지나면서 모르면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이연희에게 후다닥 촬영이 끝나버린 '내사랑'은 처음으로 캐릭터를 스스로 준비하는 경험을 갖게 했다.

"이한 감독님이 '시나리오 읽었죠? 잘 준비해주세요'라고 하더라구요. '아니 절 너무 믿지 마세요'라고 하려다 배우라면 스스로 준비해야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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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sbrs23@>


그렇게 시작한 '내사랑'은 첫 촬영부터 '대략난감'이었다.

스태프도 모르고, 감독님도 모르고, 연기수업을 함께 배워 눈인사만 하고 지낸 정일우와도 처음 연기를 맞춰보는데, 수십명 앞에서 술취해서 주정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막춤'을 추는 것도 혼자 준비했고, 술주정하는 것도 혼자 준비했지만, 눈앞이 깜깜했다는 게 이연희의 고백이다.

이연희는 "너무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에라 모르겠다고 한껏 망가졌죠. 그러고 보니 수월해지더라구요"라고 말했다.

가수가 될 수도 있었다. 천상지희와 소녀시대 사이에 있었던 터라 어느 그룹에 속할 수도 있었다. 연기에 욕심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이연희는 "안녕하세요. 소녀시대입니다"라고 외치고 다녔을 수도 있었다.

'내사랑'에서 복학생 선배에 대한 이연희의 짝사랑은 어쩌면 연기와 배우에 대한 그녀의 짝사랑과도 닮았다. 이연희가 '내사랑'에서 결국 시작하는 연인이 됐듯이 그녀는 이제 시작하는 배우가 됐다.

누군가는 이연희에게 남자배우 복이 많다고 한다. 현빈에 강동원, 정일우까지 꽃미남 배우들과 줄줄이 연을 맺었다. "부럽다"고 말하면 "그러게요"라고 답하지만 아직까지 이연희에게 현빈은 "현빈오빠", 강동원은 "그 분", 정일우는 "일우"일 뿐이다. 상대를 쫓아가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리액션? 아직 갈 길이 멀다.

훌쩍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 이연희는 소녀와 아가씨의 중간에 서있다.

이연희가 작품마다 첫사랑 이미지로 그려지는 데는 어중간한 그녀의 위치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작품에서도 그녀는 교복을 입고 첫사랑에 설레는 소녀를 연기한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이연희는 말한다.

"지금보다 성숙한 사랑을 해보고는 싶어요. 변신이나 그런 건 아니에요. 이제서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에요."

여인과 소녀, 그 즈음에서 서성이며 누군가를 마냥 그리워하는 이연희의 모습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사랑'에는 지금의 이연희가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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