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검사가 본 '인순이는 예쁘다'

'내남자의 여자' '쩐의 전쟁' 비평했던 김진숙 검사, 이번에는 '인순이...'

서동욱 기자 / 입력 : 2008.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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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히트'와 '내남자의 여자' '쩐의 전쟁' 등을 법률적 관점에서 비평했던 대검찰청 부공보관 김진숙(42·사진)검사가 이번에는 최근 종영한 '인순이는 예쁘다'를 분석했다.

김 검사는 검찰이 발행하는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1월호에서 인순이(박현주 분)가 저지른 범행의 정확한 죄명과 형량 등 법률가의 관점에서 본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지적했다. 드라마 전반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인순이의 죄명은 폭행치사죄=인순이는 몸싸움을 하다 친구를 주먹으로 내리쳤는데 그 친구가 죽게된다. 이 과정을 엿 보던 근수(이완 분)가 실제 범인이지만 인순이가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김 검사는 다툼 과정에서 사람을 죽게했을 경우 살인죄나 과실치사죄가 아닌 폭행치사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타인의 신체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하는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인순이가 출소 후 '살인전과가 있다'거나 '고등학교 때 사람을 죽여 감방에 갔다 왔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인순이의 죄명은 폭행치사죄이며 당시 나이가 20세 미만이므로 형법이 아닌 소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김 검사의 설명이다.


우리 형법은 12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 범죄를 범한 경우 형법이 아닌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는다.

14세 이상 20세 미만 청소년의 범죄는 형법이 적용될 수도 있고 소년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지만 인순이는 초범이고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의 폭행에 대한 우발적인 범행이었던 점 등이 참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검찰 단계에서는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고 김 검사는 밝혔다.

◇진범은 장근수, 실제상황이면...=인순이가 죄를 뒤집어 쓰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김 검사는 말했다. 우선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친구들이 있었을 것이고 사체에 대한 부검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

인순이가 자신이 어떻게 친구를 죽였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했는데 부검 결과는 아마 흉기로 머리를 맞아 사망한 것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김 검사는 이 경우 흉기가 무엇인지 인순이의 폭행과 피해자의 사망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정밀하게 조사했다면 인순이가 쉽게 근수의 죄를 뒤집어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근수는 인순이의 이 사건 이후 조직폭력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결국 인순에게 진실을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김 검사는 만일 인순이 근수를 용서하지 않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한다면 형사소송법 450조 5호에 의해 재심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이밖에 "범죄를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검사라면 누구라고 관심을 끌 만한 소재였다"며 "이 드라마는 우리가 무심하게 던지는 편견의 조각이 한 인간을 얼마나 파멸시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운명의 시험대에 세워진 인순이는 세상에 대해 품어봄직한 당연한 원망이나 증오 대신 모든 것을 자기탓 만으로 돌리고 있다"며 "그래서 인순이는 나쁘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스럽고 예쁘며 훌륭하다"고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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