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 '은초딩'…가수들, 엉뚱·솔직 예능프로 장악

김원겸 김수진 기자 / 입력 : 2008.02.16 10:52
  • 글자크기조절
image


scene #1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의 한 장면.

강호동이 이승기와 함께 빨간색 고급 컨버터블 승용차(일명 오픈카)를 타고 가다 말한다. "나도 바람에 날리는 머리를 갖고 싶어." 운전하던 이승기, 강호동에게 즉각 한 마디. "근데 머리가 안자라시는 거에요? 정말 궁금했어요." 조수석의 강호동과 뒷자석의 김C가 포폭절도한다.


scene #2 차를 계속 운전하던 이승기가 도로변에서 자신을 촬영하던 제작진의 카메라를 발견하자 당황한 기색으로 내뱉는 말. "저거 찍히는 건가요? 빨리 달리면?" 방송 카메라를 과속 단속 카메라로 오인한 것이다.

scene #3 SBS '작렬! 정신통일'의 '초성대결' 코너.

'ㅇㅂ'이란 두 개의 초성이 주어졌고, 솔비는 자기 차례가 오자 힘차게 대답한다. "유방". 다른 출연자들은 마음 속으로야 생각했을 테지만 감히 밖으로 내뱉지 못하던 단어를 답이랍시고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예상치 못한 힘찬 대답에 출연진들이 당황한다. 다급한 사회자, "자, 빨리 넘어가죠"라며 일단 마무리.


다른 게스트들이 '용변' 등을 답하면서 게임을 계속 진행했고, 순번이 다시 솔비 차례가 됐다. 솔비의 이번 대답은 '욕부'. 처음 듣는 단어에 모두들 어리둥절하다. 사회자가 "욕부? 욕부가 뭐죠?"라고 묻자, 솔비 천진한 웃음을 띄며 "욕 많이 하는 아줌마들". 솔비가 만든 즉석 신조어에 출연자 모두가 자지러진다.

◆이승기·은지원·솔비·김종서, 비슷한 캐릭터로 맹활약

가수 이승기는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에서 누나들의 '로망'이 된 이후 감성 발라드로 인기를 얻었지만 '1박2일'을 통해서는 '허당'이란 별칭을 얻었다. 아이처럼 순진무구한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며 웃음을 유도한다.

타이푼의 솔비는 이미 '예능프로그램을 솔비가 나오는 프로그램과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예능프로그램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특급 게스트다. 그도 엉뚱하고 솔직한, 심지어는 바보 같기도 한 발언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이들 외에도 은지원은 '1박2일'에서 게임을 하다 져 불이익을 받게 되자 사람들에게 눈을 퍼붓는 등 아이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카리스마 넘치던 '신비주의 로커' 김종서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존 이미지를 깨트리는 파격적인 입담을 선보이며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엉뚱하면서도 솔직한 매력에 시청자 공감

이들의 인기 요인은 엉뚱한 듯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에서 나온다. 또한 가식 없고 꾸밈없이 속내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한다.

'초딩'이라 함은 초등학생을 일컫는 말로, '은초딩'은 즉 유아적이고 나이에 비해 생각하는 수준이 낮은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기본적으로 순수하고 꾸밈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 같은 모습으로 '은초딩'이란 별칭을 얻은 은지원은 토크쇼에서 다른 출연자들의 허를 찌르는 생뚱한 단어를 사용하며 웃음을 유도하지만, '1박2일'에서처럼 원초적인 모습에 더욱 더 인기를 얻는다.

은지원 소속사 측은 "은지원이 '1박2일'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누구나 경험한 초등학생의 모습이어서 공감을 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은초딩의 모습이 자신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image
'1박2일'의 한 장면


◆'1박2일'PD "은초딩, 허당의 매력은 가식없는 모습"

'1박2일' 연출을 맡고 있는 이명한 PD가 바라 본 '은초딩'과 '허당'의 매력은 '가식없는 모습'이다.

이명한 PD는"사실 은지원은 굉장히 명석하다. 순수하고 맑다. 또 초등학생처럼 고집이 세다"며 "이런 점이 은지원의 매력"이라며 "사람들이 '은초딩'이라는 캐릭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는 오해다.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모습이 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달돼 재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PD가 바라본 '허당' 이승기의 매력 역시 꾸미지 않는 모습으로, '누나들의 로망에서 옆집 아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명한 PD는 "'허당'이라 함은 허접하고 덜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식이 없는, 인간적이라는 평가다. 빈틈이 없어 보였지만 알고보니 빈틈이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예인 이승기가 아닌 자연인 이승기가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면서 플러스 알파가 생긴 것 같다. 연예인들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면서 이들의 매력이 부각되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