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in 다이어리]생애 첫 수입 100만원②

김수진 기자 / 입력 : 2008.07.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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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욱의 데뷔 직후 모습


생애 첫 수입 100만원②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영화를 볼 때마다 흥분됐다. 내 얼굴이 스크린에 나온다면 어떨까. 나의 연기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그때부터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 다른 친구들은 입시를 위해 종합반 입시학원을 다녔다. 나는 싫었다. 아버지에게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어버지는 "연기로 네가 평생 먹고 살 자신이 있는지 생각하고 말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꼬박 24시간을 생각했다. 결론은 "네"였다. 아버지는 내 결정에 "내가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한마디 하셨다.

그 길로 나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연기학원을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당시 나의 결정에 걱정이 더 앞섰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선택에 믿음을 보여주신 아버지의 결정은 나에게 큰 희망과 꿈을 심어주셨다.


상상했던 것보다 빨리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모 의류업체 주최 모델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 더 기막힌 것은 내가 응시한 게 아니라 당시 연기학원 담임선생님이 서류심사에 응시해 합격을 했고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는 연락이 왔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현장을 찾았고 나는 대상을 탔다. 상장과 함께 100만원짜리 수표를 받았다. 얼마나 큰 돈인가. 100만원을 접고 접고 접어서 뒷주머니에 넣었다.

앞주머니에 넣으면 행여 동전을 꺼내다 빠질 수도 있고, 또 가방에 넣으면 내 신체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행여 남의 손을 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2시간이 넘게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초조했다. 행여 돈이 없어지진 않을까. 뒷주머니를 만지고 만지고 또 만지며 확인했다.

집에 도착해 부모님께 100만원을 건네고 나는 탈진해 그대로 쓰러졌다. 너무 큰 돈이라 긴장한 탓에 부모님께 돈을 전달한 이후에서야 모든 긴장감이 눈 녹 듯 녹아버린 탓이다. 이후 나에게 서광이 비쳤다.

한 달이 안돼서 MBC '베스트극장'에 오디션을 보게 됐고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당시 만난 분이 현 점프엔터테인먼트 설정욱 이사님이다. 지금까지 10년째 얼굴을 보고 있다. 이제는 가족 같다.

단순한 파트너 이상이다. 사실 당시 신인인 나에게 관심을 보인 분은 (설)정욱이 형 밖에 없었다. 하하하. 지금도 10년째 내 일을 맡아서 해주시는 고마운 사람이다. '베스트 극장'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라는 것을 해봤고 곧바로 KBS 2TV '학교 2'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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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욱 ⓒ송희진 기자 songhj@


이 글은 1988년 MBC '베스트극장'부터 지난 20일 종영된 MBC '달콤한 인생'까지 연기생활 10년차 배우 이동욱이 직접 쓴 일기입니다. 지난 24일부터 매일 아침 스타뉴스를 통해 총 10회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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