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이언, 불의의 사고로 진 못다핀 꽃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08.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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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새벽 모델 출신 탤런트 이언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27세. 너무나 이른 죽음에 가족과 동료, 팬들과 네티즌 모두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못다핀 꽃이 그렇게 졌다.

이언은 이날 오전 1시30분께 서울 한남동 고가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최강칠우'의 종방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불과 한 시간 전 들뜬 모습으로 동료들과 어울려 즐거움을 나눈 터라 충격이 더 컸다.


이언의 소속사 이용 총괄부장은 이날 낮 12시30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태원 방향에서 한남대교 고가쪽으로 가다가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던 중 중심을 잃고 중앙 가드레일에 부딪혔다"고 간략한 사고 경위를 밝혔다.

그는 "차량 충돌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119대원들이 현장에 도착, 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경추 골절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며 취재진에게 "고인이 편히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울음을 삼켰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으로 받아들이기에 그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럽고도 안타까웠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남편과 함께 부산에서 상경한 이언의 어머니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외아들을 확인한 후 끝내 혼절했다. 이언의 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여기는 아니다. 입원실로 가야지, 여기는 내 새끼가 있을 곳이 아니다"고 오열해 지켜보는 이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동료 배우, 모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최강칠우'의 유아인,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 김종욱, 모델 박둘선 등이 빈소를 찾았다. 동료들 모두 슬픔과 충격으로 눈물을 흘리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네티즌 역시 촉망받던 젊은 연기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언이 네티즌과 소통하던 미니홈피에는 이날 하루 수만명이 접속했고 결국 서버가 다운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언은 지난 7월 미니홈피에 "아직 죽기는 이르다"는 글을 남겨놔 화제가 됐다. 팬들은 "가슴이 찢어진다"며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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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2월 태어난 이언은 연예계 데뷔 전 씨름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고교시절이던 1997년 전국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만큼 촉망받는 씨름 선수였지만 2000년 모델로 데뷔했다. 그는 데뷔작인 2006년 개봉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씨름부 주장 역을 맡아 장기를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언이 매력적인 연기자로 팬들에게 각인된 건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부터. 그는 어리숙하고 엉뚱하지만 매력적인 커피점 직원 황민엽 역을 맡아 인기를 모았다. 이후 이언은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스타일 핫'을 진행하는 등 세련된 신세대 아이콘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 19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최강칠우'에서는 주인공 칠우가 이끄는 자객단의 일원인 자자 역으로 출연했다. 우직한 행동파 역할을 맡은 이언이 늘 웃는 모습으로 촬영장을 지켰던 '최강칠우'는 결국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이언은 겸손하지만 욕심 많은 연기자로 잘 알려져 있다. 씨름선수에서 모델로 변신하며 30kg을 감량한 일은 이미 유명하다. '천하장사 마돈나' 촬영 당시에는 씨름 시합 장면의 합을 일일이 직접 짰고 선후배에게 늘 조언을 구했다. '스타일핫' 촬영 때는 직접 캠코더를 들고 현장으로 나가 솜씨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의 영결식은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시신은 경기 고양시 벽제승화원에서 화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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