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어색한 연기, TV와 영화의 차이?

김정주 인턴기자 / 입력 : 2008.1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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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대사톤이나 발음, 발성이 참으로 불안합니다"

"대사할 때 보면 꼭 추운 날 입이 얼어서 잘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요"


MBC 주말극 '내 인생의 황금기'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 매몰차다. 신인 탤런트의 연기력을 지적한 것이냐고? 아니다. 연기파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문소리의 이야기다.

문소리의 연기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첫 드라마 출연작인 MBC '태왕사신기'로 혹독한 비난을 받은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문소리는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거머쥘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배우다. '바람난 가족'이나 '여교수의 은밀한 유혹',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에서도 역시 문소리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드라마로 옮겨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태왕사신기'에서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정도로 비난을 받았고 이번에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겉돈다는 지적이다.

잘 나가는 북 디자이너 황 역을 맡은 문소리는 할 말은 다 하는 당찬 커리어우먼을 연기하고 있다. 문제는 배역의 어려움이 아니다. 그의 연기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다른 배우들과 전혀 조화가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남편으로 나오는 이종원(유태일 역)과 이혼 문제를 놓고 다투는 장면에서 이종원의 차분한 연기와 그의 흔들리는 음성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머니와 실갱이를 벌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 표정연기와 대사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불안한 발성 또한 귀에 거슬린다.

시청자들의 눈썰미는 날카로웠다. 방송 초반부터 그의 연기력을 지적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사람이 시선처리도 불안하고 어색하다", "과장된 표정에 붕 뜬 목소리, 불안한 억양, 어색한 제스처까지 뭐하나 자연스러운 게 없다", "영화에서는 연기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에서는 신인만도 못하다" 등의 날선 시선을 보냈다. "거품 있는 배우"라며 일침을 가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최고의 평을 받는 배우가 드라마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와 TV의 연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호흡이 길고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비해 드라마는 캐릭터를 소화할 시간이 적고 자신이 캐릭터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나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등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감독들은 문소리의 내면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선 아직 신인이나 다름없다. 매회 방송이 나갈 때마다 곧바로 시청자들의 평가가 뒤따른 다는 점도 부담이다.

드라마 연기력 논란은 문소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한 편의 상영으로 끝나는 영화와 달리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등을 돌린 시청자들을 다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차이를 확실히 인식하고 드라마에 녹아드는 길 뿐이다. 문소리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국내 몇 안 되는 여배우 인만큼 드라마에서도 환영받는 배우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으로 그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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