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 다이앤 톤, 독일 여장교&악녀 포스의 표상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김형석 / 입력 : 2008.12.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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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스플로이테이션(nazisploitation)'이라는 장르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온갖 가학 행위를 다룬 영화들을 다룬 영화들을 일컫는 용어로서, 가해자는 독일군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유대인이다. 이 장르의 대표작은 1975년에 나온 '일사'라는 영화. 수용소 소장인 일사 역을 맡은 다이앤 톤은 이 영화로, 나치스플로이테이션의 아이콘이 되었다.

'일사'는 호러와 포르노의 중간쯤 되는 영화다. 이따금씩 눈에 뜨이는 엉성한 만듦새는 이 영화를 코미디로 오해하게도 만들지만, '일사'의 섬뜩함은 ‘인체 실험’을 소재로 한 '마루타'(88) 같은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는 나름 교훈적인(?) 내용의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러한 극악무도한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위대한(!) 목적을 위해, 영화는 온갖 악취미적이며 변태적인 쾌감을 보여주고, 가혹한 섹스가 영화 전면에 나뒹군다.

일사 중령은 남성 포로를 침대로 끌어들이지만, 하룻밤 섹스 후 거세시켜버리는 악독한 여자. 하비만 울프만큼은 살아남는다. 그는 자유자재로 사정을 조절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심각한 지루증 환자였던 것. 일사는 울프를 평생의 섹스 파트너로 삼으려 하고, 울프는 일사에게 새로운 성적 경험을 안겨주겠다며 그녀를 침대에 묶고 수용소를 탈출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사'에서 가장 압도적인 이미지는 ‘일사’. 극도의 고온과 저온 상태에서 인간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고, 여성이 전기 딜도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며, 거의 죽기 직전까지 매질한 여자를 독일군에게 내던져 주며 윤간하게 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풍기는 ‘악녀 포스’는 영화사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카리스마다.


일사 역을 맡은 다이앤 톤은 '일사' 출연 당시 43세의 중년이었지만, 37-23-35라는 믿을 수 없는 신체 사이즈를 자랑하던 글래머. 영화에선 그토록 악독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부드럽고 친절하며 지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 뉴욕에서 정통으로 연극을 배웠고, UCLA에서 인류학과 비교종교학을 공부하기도 했던 그녀는, 영화와 TV와 브로드웨이와 라스베이거스 쇼를 아우르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배우였는데 '일사' 이후 계속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독일 여장교’의 표상이 되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녀의 남편인 하워드 마우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 마우어는 '일사' 시나리오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다이앤은 ‘배우로서’ 일사 캐릭터가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70대 부부인 그들은 현재도 라스베이거스 근처에서 야외 결혼식 업체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사족 하나. '일사' 이후 다이앤 톤은 의대생들로부터 ‘가장 수술해보고 싶은 육체’로 뽑히기도 했다.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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