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초짜' 기자 셋, '500' 김창렬에 도전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2.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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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드디어 왔다. 연예계 당구 최고수, 가수 김창렬과의 당구장 인터뷰. 각종 연예인 당구대회에서 이미 실력을 입증받은 그는 이른바 '500'의 고수. 무턱대고 나섰건만 셋이 합쳐 200이 될 리 없는 기자들의 불안감은 당구장이 가까워질수록 커간다.

일찌감치 당구장에 도착해 한 게임을 깔끔하게 마쳤다는 김창렬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까만 케이스에 담긴 전용 당구 큐를 든 그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악수와 함께 '스리쿠션' 한 게임을 청했다. 시원한 웃음으로 오케이.


그러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가위바위보를 마친 뒤, '시합'은 급속한 속도로 '강습'으로 변모했다. 우여곡절 끝에 '친절한 창렬 선생님'에게 침착하게 한 수를 지도받은 초짜 이수현 기자가 2번 연달아 득점하는 쾌거를 올린다. '셋이 합쳐 200미만'의 최고수 문완식 기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거거든요! 짜릿하죠? 이래서 내가 당구를 친다니까. 내가 그린 대로 공이 들어갔을 때의 희열감. 세상은 내가 하고 싶은 것대로 되지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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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생각하는 것이 이뤄지는 쾌감, 아마 모를걸요"


당구는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스포츠다. 불량 청소년 잡으러 선생님이 출동하는 탈선의 온상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당구는 엄격한 룰 아래 깍듯한 예의가 요구되는 신사의 스포츠다. '가요계의 악동'이자 '스트리트 파이터'였던 김창렬이 에너지 넘치는 멋진 아빠로 변화하듯, 당구에 대한 이미지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저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당구를 쳤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당구는 담배나 피면서 하는 거라는 안 좋은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담배는 피지 않아요. 엄연한 스포츠죠. 직사각형 당구대 안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그대로 이뤄지는 쾌감은 아마 해보지 않은 분은 모를걸요."

김창렬은 최근 실제 프로들이 나가는 당구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결과는 아쉽게도 2회전 탈락. 그는 재미있어서 계속 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선수들은 너무 잘 친다며 겸손해했다.

"대회에 나갔는데, 마치 데뷔할 때 처음 무대에 올라간 기분이었어요. 떨리는 거예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죽을 것 같은데 애써 아닌 척 하면서 시합을 하는 거죠. 얼음으로 얼굴을 문질러가면서 공을 쳤다니까요."

그가 인정한 연예계 당구의 최고수는 단연 임창정이다.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은 종종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내가 기복이 좀 있다면 창정이는 대단히 침착하고 안정되게 친다"는 게 김창렬의 평가. 그는 "그래도 프로 선생님은 제가 더 발전 가능성이 있대요"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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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창렬 ⓒ홍봉진 기자 honggga
"연예계 당구 최고수는 임창정"

김창렬은 가수 DJ DOC의 '노래하는 창렬이'를 넘어 라디오 DJ와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맹활약중이다. 김창렬이 2년째 진행 중인 '김창렬의 올드스쿨'은 최근 청취율 조사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DJ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통 뉴스를 통해 접하잖아요. 지금은 청취자들이 직접 알려줘요. 라디오는 제 인생을 바꾼 '결혼'만큼이나 제게 좋은 기회였어요.

처음엔 겁을 먹었죠. 그 때 '래리 킹 대화의 법칙' 책을 선물받았어요. 그 책 첫 장에 답이 있더라구요. 대본을 치워라. 첫 방송 날, 대본을 옆으로 치우고 내 심정을 그대로 이야기했어요. 첫 방이 끝나니 온 몸이 다 젖은 거 있죠."

그의 라디오 신조는 간단하다. '듣는 사람은 다 안다'는 것. DJ가 축 쳐져 있다면 듣는 사람도 기운이 빠진다. 노래가 나가는 동안 춤도 추고, 소리도 지르고, 껄껄 기분좋게 웃어 제끼는 그의 라디오를 듣다 보면 어느 새 에너지가 솟는다.

"제 기분도 좋고 듣는 분들의 기분도 좋다면 그게 최고 아니겠어요. 듣는 모든 분들이 제 기를 받아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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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창렬 ⓒ홍봉진 기자 honggga
"스트리트 파이터? 덕분에 버틸 수 있었죠"

무려 3명이나 되는 기자들의 말도 안 되는 당구 기운 탓일까? '에라 모르겠다' 일단 치고 요행을 기다리는 시합 상대들에 둘러 쌓여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의 큐 끝이 흔들렸다. 잘 나가던 그가 난조를 거듭했다.

그러나 친절한 당구 선생님, 에너지 넘치는 승부사 김창렬에게서 예전 '스트리트 파이터'의 기운은 조금도 찾을 수가 없었다. 현격한 실력 차이에도 그저 유쾌하게 게임을 이끌어갈 뿐이었다.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도 종종 방송에 회자될 만큼 '스트리트 파이터'의 이미지가 있는데 혹 불편하지는 않냐고. 환한 얼굴로 김창렬이 답했다. 의외였다.

"사실 예전에 싸움을 많이 하긴 했죠. 젊은 혈기에 남들이 저를 건드리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란 이미지 때문에 제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쁜 이미지가 있으니까 변해가는 모습도 가능한 거죠. '노래하는 창렬이'만으로 얼마나 갈 수 있었겠어요."

그러나 DJ DOC는 여전히 그의 가족같은 그룹이고, 노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의 꿈이자 직업이다. 2004년 나온 DJ DOC 6집 앨범 앨범 뒤에도 앨범 준비는 계속돼 왔다고 김창렬은 강조했다.

"방송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내가 DJ DOC 안에 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16년을 싸우고 화해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함께 살았잖아요. 솔로 앨범도 정말 내고 싶어요. 노래는 이번 창정이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하면서 대리 만족을 좀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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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주환이가 너무 예뻐.. 둘째는 딸 가질래"

결국 게임은 난조 끝에 마지막 '신의 한 큐'를 선보인 김창렬의 승리로 끝났다. 말도 안 되는 점수 차이였지만 김창렬은 '선수용 대형 당구대 때문에 적응을 못한 탓'일 것이라며 축 쳐진 패자들을 따스하게 다독였다. 위로의 의미일까? 그는 당구장 앞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어묵도 샀다.

그는 "꼴찌가 1등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게 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그가 세운 종합 콘텐츠회사 엔터창도 그 꿈의 일환이다. 김창렬은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새로운 사람과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밝힌 김창렬의 2009년 목표는 다름 아닌 둘째 갖기. 이제 6살이 된 아들 주환이에게 더욱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검정고시에 도전했다는 그다.

"세상에서 절 바꿔준 은인이 두 사람 있어요. 바로 아내와 아들이죠. 둘째는 꼭 딸을 갖고 싶어요. 아웅. 얼마나 예쁠까요∼"

흐뭇한 마음을 안고 그와 헤어진 뒤, 학창시절 나름 당구계에 몸담았던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문자를 돌렸다. '나 김창렬이랑 당구쳤어.' '왜 하필 그 영광의 자리에 네가 꼈냐'는 부러움과 비난의 답문자가 쏟아졌다. "다음번엔 나 좀 데려가!"

과연 '셋이 합쳐 200미만'은 김창렬과의 다음 승부를 기약할 수 있을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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