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주' 장기하 열풍이유? 분명히 있다!(인터뷰)

장기하 ⓒ임성균 기자 tjdrbs23@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지난해 5월 10일 첫 공연을 열고 아직 1년도 채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1년 미만'의 밴드는 그 누구보다도 뜨겁게 한국 가요계를 달궈놓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도대체 누구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인디계의 서태지', '장교주' 등의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장기하를 만나 그 이유를 확인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정작 장기하는 "처음 공연 시작했을 때보다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고만 이야기할 뿐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주된 행동반경이 홍대 앞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음악, 재미있었으면 했다"

인기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장기하는 잠시 생각하더니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평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일 뿐"이라며 "내가 관객이었을 때 공연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제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이 분명히 어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분들이 제 생각보다 많았던 것 같아요."

어딘가 느슨해 보이지만 확실하게 자신이 생각한 길을 걷고 있는 장기하에게 갑자기 쏟아진 대중의 관심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관심은 받을 때도 있고 안 받을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인기도 마찬가지죠. 관심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관심도가 떨어졌을 때 충격 받고 힘들어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 좋은 음악을 하지 못하면 관심도는 떨어질 수 있어요. 관심이 당연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하죠."

장기하 ⓒ임성균 기자 tjdrbs23@

"드러머에서 보컬로 변신, 많이 배웠다"

장기하는 사실 또 다른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다. 드러머에서 보컬로 변신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장기하는 "밴드 생활 하다 보니 자작곡을 만들게 됐다"며 "내 자작곡을 주로 연주할 수 있는 밴드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장기하는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이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리더다. 이 두 가지 입장은 장기하에게 전체적으로 밴드를 살필 수 있는 눈을 줬다. 두 작업이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장기하는 둘 다 손에서 놓지 않을 생각이다.

MBC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일만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 장기하는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코러스 겸 댄서인 미미시스터즈와 직접 안무를 만든다. 네티즌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히트곡 '달이 차오른다, 가자' 속 안무로 숱한 패러디 UCC를 만들어냈다.

"속상하진 않았어요. 대중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많이 알려진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 경로로 알게 돼 원곡을 들어보고 좋다는 분들도 많으셨거든요. 개그 집단이라고 생각하거나 음악이 진지하지 못하단 인식이 박혀버렸다면 속상했겠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장기하 ⓒ임성균 기자 tjdrbs23@

"선입견, 고정관념 중요치 않다"

장기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소위 '엄친아'다. '배고픈 음악을 하는 인디밴드'에 대한 이미지와 '서울대학교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은 충분히 이질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하는 개의치 않는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하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고학력자에 대한 선입견과 인디밴드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이야기잖아요. 중요한 담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하는 분들도 재미로 그러시는 거겠죠."

장기하는 앞으로도 '좋은 대중가요'를 하고 싶어 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대중가요'의 구체적인 모양은 앞으로 장기하가 몸소 보여줄 것이다. 항상 한가했던 그가 곡을 쓸 여유도 없이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건 그가 생각하고 있는 길을 똑바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가 앞으로도 비틀거리지 않고 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켜볼 일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