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로보캅-아이언맨이었던 근육 마초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9.05.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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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를 ‘슈퍼히어로’와 ‘액션히어로’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면, 배트맨과 엑스맨이 활개를 치는 요즘은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를 위시한 슈퍼히어로의 시대라 할 수 있지만, 1980년대는 영락없는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액션히어로의 시대였다. ‘코만도’와 ‘람보’라고 하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그 탄탄한 근육질의 매혹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말하자면 요즘처럼 초능력의 힘을 빌지 않은 진짜 남자 영웅들의 시대였다. 특히 근육도 CG로 만들어내는 요즘 같은 세상에 보디빌더 세계챔피언 출신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육체는 단연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 문법이었다.

<터미네이터4: 미래전쟁의 시작>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사람들 사이의 화제는 단연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등장이다. 영화 속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는 이제 막 터미네이터 T-101(아놀드 슈워제네거. 사진) 모델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되고 드디어 T-101과 맞닥뜨리게 된다. 4편에서 아놀드의 팬들이 그토록 고대했던 장면 중 하나다. 물론 실제 아놀드가 아닌 디지털로 재현된 디지털 배우지만 아놀드의 표정이나 스타일 자체가 워낙 각진 모습이다 보니 실제와 디지털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1991) 촬영 당시 자신의 연기 부분에 대한 CG 분량이 워낙 많다보니 “이거 나중에는 진짜 배우가 없어도 되겠는걸요?”라고 농담 삼아 반문했던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이다. 그렇게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터미네이터는 말 그대로 근육이 제복처럼 느껴지는 세계영화사상 근육 마초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그 몸뚱이 자체가 로보캅이고 아이언맨인 것이다.

이제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변신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1947년생이라 환갑도 지난 나이다.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몸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보디빌딩을 한 경험으로 20세 때 미스터 유니버스가 된다. 이 대회 우승으로 할리우드 연예계의 문을 두드린 그는 <뉴욕의 헤라클레스>(1970)로 데뷔했다. 제작자들은 그의 독일식 이름이 지나치게 어렵다며 불평했고 연기도 영어도 어색한 상태였지만 가공할 근육질 몸매 하나만은 대단한 볼거리였다.

이후 몇몇 TV드라마에서도 종종 ‘근육맨’으로 등장했던 그는 드디어 한참 세월이 흘러 <코난 더 바바리안>(1982)을 시작으로 <레드 소냐>(1985)에 이르기까지 ‘코난’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설의 시작은 역시 <터미네이터>(1984)였다. 딱딱한 표정의 거구에다 연기는 물론 영어가 어색한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해 터미네이터는 영화사상 불세출의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배터리가 다 됐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쫓아오는 그 집요함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이후 그가 맡은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터미네이터 캐릭터의 자장 안에 있었다. <코만도>(1985), <고릴라>(1986), <런닝 맨>(1987), <프레데터>(1987), <레드 히트>(1988), <토탈 리콜>(1989), <터미네이터2>(1991) 등 실베스터 스탤론과 더불어 ‘미국 마초 액션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이 바로 그였다. 그렇게 화려한 80년대를 경유해 도착한 <라스트 액션 히어로>(1993)는 너무나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물론 <이레이저>(1996), <엔드 오브 데이즈>(1999), <6번째 날>(2000) 등 이후에도 화려한 명성을 누렸지만 이제 그 위치는 니콜라스 케이지,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가 나눠가진 상태다.

이제 와서 그를 향해 마초인가 아닌가 질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그 엄청난 근육질 몸매 자체가 마초였고 하나의 캐릭터였으며 어떤 정서였다. 이제는 다시 나타나기 힘든, 바로 그 시대가 만든 마초 영웅이었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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