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국영화 잔치는 끝났다..그 결과는?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9.10 16:04
  • 글자크기조절
image


여름, 잔치는 끝났다. 1000만 영화가 탄생하고 재능 넘치는 신인 감독도 등장했다. 반면 열기에 가려 소중한 발견을 잊기도 했으며, 또 한국영화의 한 폐단을 목도하기도 했다.

뜨거운 열기가 아직 남아있는 지금, 올 여름 한국영화들을 정리했다.


#천만영화 탄생과 쌍끌이..그리고 가려진 것들

올 여름 5번째 1000만 영화가 등장했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남녀노소 아랑곳 할 것이 큰 사랑을 받았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하이 컨셉트의 승리라고 평하기엔 이 영화가 이룬 것은 결코 작지 않다.

한국영화산업이 가장 침체기에 있을 때 100억원을 투입한 결정, 할리우드 영화와 큰 차이가 없는 물CG의 완성, 수많은 루머를 딛고 얻어낸 성과 등 '해운대'의 탄생과 결과 역시 한 편의 드라마로 불릴 수 있다.


700만 고지를 넘어선 '국가대표'의 선전 역시 눈부시다. 3주나 '해운대'에 밀리다가 결국 1위에 오른 강력한 뒷심은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녀는 괴로워'와 닮았다. '국가대표'는 '해운대'의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해운대'에 쏠린 관심과 반감을 업고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두 영화의 쌍끌이 흥행은 8월 한국영화 점유율을 67%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극장요금 인상을 연착륙시킨 데도 일조했다. 무엇보다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를 높이게 했다.

두 영화의 흥행에 비판적인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 영화가 완성도에서 이 정도로 사랑을 받을 만하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000만이 넘고, 700만을 돌파해도 사회적인 이슈가 생기지 않는 것을 이 영화들의 함량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두 영화의 성공으로 하이 컨셉트 영화, 특히 많은 물량을 투입하는 영화들이 양산돼 다양성을 자랑하는 중급 영화들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우려 속에서도 두 영화가 거둔 효과를 무시할 순 없다. 한국영화산업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는 점에서 1000만 영화에 부정적인 이들조차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두 영화의 성공으로 투자 환경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포영화의 몰락..달라진 관객 취향

'여고괴담5'을 시작으로 '4교시 추리영역' '불신지옥' '요가학원'까지 올 여름 스크린에는 간만에 한국공포영화들이 풍년을 이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산 '불신지옥'을 비롯해 모조리 흥행에 쓴 맛을 봤다.

지난해 '고사'의 성공으로 가능성을 검증받은 공포영화 시장이 다시 몰락한 인상을 줬다. 이를 두고 영화계에선 분석이 한창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코믹 영화 뿐 아니라 피범벅 영화도 성공하는 법이다.

그러나 올 공포영화 몰락은 공포가 주는 쾌감을 제대로 전달시키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불신지옥'의 경우 분위기와 소재가 공포영화 주요 관객층인 10대와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의 만듦새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객의 취향이 변화했다는 것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여름 뿐 아니라 올해는 웃음과 감동 코드가 관객에 먹혔다"면서 "경제 위기와 관련이 있겠지만 그만큼 친절한 영화를 보고 싶어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객이 경제가 어려운 만큼 극장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그 만큼 더 찾았다고 설명했다. '해운대' '국가대표' 흥행 성공과 '마더' '박쥐'의 소소한 흥행은 같은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매번 예측할 수 없는 게 한국관객의 특징이고 그 탓에 다양한 영화들이 탄생했다. 그 결과 의외의 흥행작들이 등장했다. 관객이 더 편한 영화를 찾는다고 하지만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스릴러 영화가 상당히 준비되고 있지만 '추격자'처럼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해운대'가 1000만명을 동원했다고 다음 1000만 영화가 비슷한 형식의 영화일 것이라곤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추석 영화들에 대한 선택도 여름과 비슷하지 않을 수 있다.

고양이 눈처럼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관객의 취향, 한국영화인들의 영원한 숙제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