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멜로 불치병 변천사..백혈병서 루게릭까지②

[★리포트]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09.15 08:29
  • 글자크기조절
image
'국화꽃향기' '내머리속의 지우개' '내 사랑 내 곁에'(오른쪽) <사진출처=영화포스터>


한국 멜로영화에서 불치병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병에 잃을 수밖에 없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영화에 담겨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불치병에 가장 많이 사용된 소재는 암이다. 사실 널리 사용된 백혈병도 혈액암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암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브스토리' 포맷을 따라한 전형적인 암 멜로


과거 한국 멜로 영화의 전형적인 포맷은 영화 '러브스토리'였다. 눈이 가득한 공원 한 쪽에서 텅 빈 스케이트장을 바라보는 한 남자. 그는 "25살 나이에 세살을 떠난 한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는 아름다웠고 똑똑했으며 모차르트와 바하 그리고 비틀즈를 좋아했으며 나를 사랑했죠"라고 말한다.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떠나가 버린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시대를 지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한국영화로는 '국화꽃향기'(2003년)와 '편지'(1997년)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편지'는 사랑하는 남자를 불치병으로 잃은 정인(최진실 분)에게 어느 날부터 배달되기 시작한 편지를 소재로 한 영화다. 관객들은 최루성 멜로지만 한 남자의 진심어린 사랑에 찬사를 보냈다. '국화꽃향기'는 임신소식과 동시에 암 선고를 받은 희재(장진영 분)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로 이 같은 전형적인 스토리는 TV 드라마에서 자주 차용됐다. '가을동화' '아름다운 날들' '안녕 내 사랑''비밀'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변한 불치병..알츠하이머 등

사실 암은 더 이상 정복하지 못하는 병이 아니다. 특히 조기 발견의 경우 생존 확률이 높아지면서 멜로 영화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점점 사라져 갔다. 이에 충무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불치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4년 큰 성공을 거뒀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는 여자와 그런 그녀를 지켜봐야하는 남자의 러브스토리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추억을 잃는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상투적인 스토리지만 뛰어난 영상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흥행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2005년 300만 관객을 모은 '너는 내운명'은 에이즈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전도연의 청순함과 황정민의 순박함이 한국에서 혐오감이 컸던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고 흥행에 성공케 했다.

'듣보잡' 불치병, 하지만 관객 눈물샘 자극 '성공'

이제 영화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불치병으로 신선함과 감동, 눈물을 모두 잡으려 시도한다.

지난 9일 개봉한 '애자'에는 엄마 영희(김영애 분)의 병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애자가 "재발한 거야"라는 말로 원래 영희가 병을 앓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는 애자와 영희의 여정을 담담히 쫓아간다. 그들이 주고받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결국 과거처럼 이 사람이 죽는 운명임을 강조하는 병명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색다른 최루성 멜로를 보여준다.

24일 개봉하는 '내 사랑 내 곁에'는 의식, 감각은 정상인 채 온 몸의 근육이 점차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소재로 했다. 김명민이 20kg을 감량하면서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관객들이 이 같은 멜로의 변화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루성 불치병 멜로가 한국영화에서 꾸준히 관객몰이 성공한 소재라는 점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케 한다. 새로운 '듣보잡' 불치병을 어떻게 발굴할지, 지금 충무로가 갖고 있는 작은 고민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