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주부' 박경림과 추석 재래시장에 가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10.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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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홍봉진 기자 honggga@


늦었다! 박경림과 추석 장보기를 하기로 한 날. 택시를 타고 달려가는데, 경림씨가 한발 앞서 와 있단다. 헐레벌떡 그녀를 찾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밝은 모습으로 손을 흔든다. "시장 초입에 2000원 짜리 국수집이 있더라구요. 점심 대신 한그릇 했어요. 아주머니들이랑 이야기도 하면서요." 역시 사람좋은 그녀, 박경림이다.

박경림과는 2년 전 추석 즈음 만났다. 당시 기자와 박경림은 결혼 후 처음 명절을 맞는 새내기 주부였다. 이젠 3년차 주부로 다시 추석을 맞았다. 이번 추석 장보기를 위해 만난 곳이 바로 경동시장. 추석을 앞둬서인지 입구부터 북적거린다. 우리는 입이 떡 벌어지는 인파를 가로질러 경동시장부터 청량리 청과물도매시장까지를 함께 누볐다.


"마트를 자주 이용하지만 재래시장도 다녀요. 평소에는 중부시장에 잘 가요. 오장동 냉면을 한 그릇 먹고 장 보는 게 코스죠. 주로 멸치나 김 같은 건어물을 잘 사는데, 강남에서 사는 것 반 가격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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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홍봉진 기자 honggga@


그 사이 살림꾼이 다 됐다. 바쁜 흥정 와중에서도 손님과 상인들은 박경림을 대번에 알아본다. "어머, TV에서 본 것보다 훨씬 예쁘네∼", "경림씨 팬이에요!",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줘요", "여기 사인 해주고 가요." 뜨거운 호응이 빗발친다. 그 중에는 "박경림 닮았는데 얼굴이 훨씬 작네"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다.


박경림은 정말 아주머니 팬들이 많다. 매니저도 없이 온 그녀를 위해 졸지에 기자가 매니저 노릇을 한다. "죄송해요, 바빠서요"하고 박경림을 빼내가려는데, 오히려 그녀가 더 적극적으로 인사하며 몰려든 사람들을 챙긴다.

"'아이고 박경림이구나' 하시면서 그렇게 등을 때리신다. 맞는 데 또 맞으면 아프기도 해요. 가능하면 악수도 다 해드리고 사진도 찍어드리려고 해요. 그냥 넘어가면 서운해하시는 눈빛이 잘 때까지 생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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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홍봉진 기자 honggga@


덕분에 그녀와의 장보기는 물건 사는 시간이 반, 몰려든 팬분들과 인사하는 시간이 반이다. 박경림은 "예전에는 시어머니와 장을 보러 자주 다녔는데 요즘엔 어머니께서 '내가 후딱 장보고 올게'하시고는 혼자 다녀오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혼자 잘 다녀요. 다른 사람 안 기다리게 해도 되니까 마음도 편하고. 제가 원래 사람 만나는 데는 거리낌이 없어요."

남편 박정훈씨와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녀는 8개월된 아들 민준이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그녀의 올 추석은 계획이 따로 없다. "하루종일 민준이와 있는 시간"이 계획이라면 계획. 같이 놀아주고, 추석 인사도 민준이와 함께 가기로 했단다.

"주부 3년차라는데, 조금 알려고 할 떄가 제일 위험하다잖아요. 지금이 딱 그래요. 새내기가 아니지만 베테랑도 아니고.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는 아직도 어리바리해요. 우리 어머니들은 어떻게 혼자 셋, 넷을 키우셨는지 대단하세요.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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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홍봉진 기자 honggga@


라디오 DJ로, 인터넷 쇼핑몰 사장으로 활발히 활동중인 그녀. 이번에는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의 주인공으로까지 발탁돼 맹연습에 들어갔다. 특히 '헤어 스프레이'는 그녀가 미국 유학 시절부터 꿈이었던 작품이다. 그녀는 "엄마가 뭔가 준비하고 도전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헤어 스프레이'만 해도 7년간 마음에 품고 있던 작품이고, 2년전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진 작품이에요. 이렇게 몇 달을 투자해서 무대에 오르게 돼요. 나중에 우리 민준이가 자라면 엄마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걸 해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잘해내고 싶고요.

사실, 뮤지컬은 티켓도 비싸잖아요. 잘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저는 남들보다 연습도 두 배는 해야된다. 사실 몇몇 TV 프로그램 제의도 왔었는데 욕심났지만 도저히 같이 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고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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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경림 ⓒ홍봉진 기자 honggga@


햇밤과 햇대추가 가득한 가게를 지나, 탐스러운 배와 사과가 향기를 가득 품어내는 과일가게, 한과며 약과가 가득 쌓인 전문점, 싱그러운 야채들이 쌓인 야채가게를 차례로 지났다. 장바구니가 점점 무거워진다. 우리의 장보기 데이트도 점점 끝을 향해 갔다. 힘들었을 텐데, 그녀는 여전히 생기가 발랄하다.

"요새 재래시장에 사람이 많지 않구나 생각했었는데, 추석이라 그런가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역시 이게 살아있는 시장이구나 싶어요. 제가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건 '사는 맛이 난다'는 느낌 때문이에요. 모두가 분주하고 바쁘고, 활력이 넘친다. 흥정도 할 수 있고 덤도 있고. '두 바구니 살 테니까 깎아주세요' 요새 마트에선 안되거든요. 그건 재래시장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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