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언어해악, 엉터리 연예기사들

[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김태은 이슈팀장 / 입력 : 2010.01.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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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 '페르소나'의 한장면


바야흐로 연예기사 홍수시대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초등학생을 포함한 국민적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연예콘텐츠 수요가 폭증했다. 이 와중에 뉴스 공급자들도 우후죽순 격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잘못된 ‘지식’까지 유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정보’ 전달은 둘째 문제다. 이 계통 보도에 한두개씩 끼워넣으면 ‘있어보인다’고 여기는지, 겉멋들린 ‘전문용어’를 마구 오용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페르소나’다. 타인에게 비쳐지는 외적 성격을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다. 영화가 이 낱말을 차용하면서 감독의 자아가 투영된 듯 감독의 의중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에게 쓰고 있다. 특정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에 자주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배우가 바로 페르소나다.


그런데 그저 어느 감독이나 작가의 작품에 자주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페르소나를 갖다 붙이는 사례가 허다하다. 천성일 작가가 집필한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 KBS 2TV 사극 ‘추노’에 연기자 김지석이 모두 나온다고 ‘페르소나’라 칭하는 식이다.

본뜻과 무관하게 남발되는 말 중에는 ‘맥거핀’도 있다. 관객의 주의를 의도적으로 끌기 위한 속임수 장치를 가리키는 역시 영화 용어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에서 유래한다.

CF를 소개하는 기사는 “맥거핀이란 드라마에서 과거를 회상할 때 자주 쓰는 기법으로 장면 리와인드를 통해 현재 벌어지는 있는 사건의 원인이나 시발점을 설명해 주는 방법”이라고 엉뚱한 해설을 늘어놓는다. 잘못된 보도자료를 복사, 붙여넣기 했을 가능성이 없잖다.


찬조출연, 우정출연, 깜짝출연 혹은 특별출연 등으로 표기하면 될만한 연기자를 ‘카메오’라고 표현하는 것도 과유불급이다. 학벌과 실력이 괜찮은 젊은 남자를 ‘재원’이라고 당당히 적기도 한다. 재원은 말 그대로 재주(才) 뛰어난 젊은 여자(媛)다.

이처럼 유식해 보이려다 무지가 탄로난 케이스는 끝이 없다. 탤런트 박민영이 ‘키덜트’라면서 ‘동안이지만 여성미가 가득하다’고 곡해한 기사가 보기다. 키덜트는 몸은 어른이되 행동이나 취향에 어린이 같은 부분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같은 시기에 드라마에 나란히 출연한 탤런트 김정훈, 류진, 천정명을 뭉뚱그려 ‘옴므파탈’(옴파탈)로 정의하고 ‘한결같이 한 여자에 목숨거는 남자들’이라는 억지를 쓰기도 한다. ‘팜므파탈’(팜파탈)의 남성형인 이 단어는 이성을 파멸로 이끌 지경으로 치명적 매력을 지닌 이다.

적어도 뉴스·정보 전달자라면 ‘무식하면 용감하다’, ‘모르는 게 약’은 일종의 경험진리에서 제외돼야 마땅하다. ‘아는 게 병’은 이 직업군에게 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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