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공영방송의 시대착오

[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김태은 이슈팀장 / 입력 : 2010.01.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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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마련은 청년실업 시대의 시급한 사회적 과제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장밋빛 미래가 약속되는 세상도 아니다. 그런데 KBS 2TV 드라마 ‘공부의 신’은 무조건 서울대에 입학하고 보라고 부추긴다. 그 다음은? 모른단다.

서울대의 신화는 이미 깨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울대의 독점적 지위와 권위는 20세기에 종언을 고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능 배치표가 보기다. 서울대는 더 이상 상위를 휩쓸지 못한다. 의예과 정도를 뺀 자연계 서울대는 어지간한 지방대 의예과, 치의예과, 한의예과에 밀리고 있다. 이들 학과를 채우고 나서야 서울대 타 학과가 눈에 들어온다.


과학고 출현과 더불어 카이스트, 포스텍 등으로도 영재급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1993년 문을 연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실기에서 강세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국내고교에서 해외 유명대로 직행하는 우수학생들도 무시못할 숫자다. 조기 유학생뿐 아니다.

물론 여전히 서울대는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학생들의 학교다. 하지만 외국대학을 비롯한 타교 졸업생들이 사회의 중추로 자리잡을 때쯤이면 서울대는 맥을 못 출 수 있다. 21세기 내에 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를 지상목표로 몰고가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공영방송의 전파를 타고 있다. “천하대(서울대)를 가야 사회를 지배할 수 있다는 기득권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고 있다”는 KBS노조의 비판은 타당하다.


‘공부의 신’은 일본만화 ‘꼴찌 도쿄대 가다’가 원작이다. 2003년부터 연재됐고, 2005년 ‘드래건 자쿠라’라는 드라마로 옮겨졌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단순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최선처럼 그리고 있다. 일제의 잔재를 답습하자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과민반응일까. 리메이크하면서 ‘서울대’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어야 할까.

‘공부의 신’은 시대착오적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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