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방송'에 가린 제작사의 눈물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아이돌과 공중파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김동하 기자 / 입력 : 2010.03.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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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지붕 뚫고 하이킥', '추노'. 최근 안방극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인기 드라마들입니다. '주몽'과 '아내의 유혹'은 각각 시청률 50%, 40%를 넘어서며 안방극장의 새 역사를 썼죠.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MBC, KBS, SBS와 같은 공중파 방송사들은 광고와 부대 수익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들의 운명은 불운하다 못해 참담합니다.


'국민드라마'로 불리던 주몽의 제작사 {올리브나인}. 지난주 당당하게 월화극 1위로 오른 '파스타'의 제작사기도 하죠. 파스타는 '공부의 신' 등에 밀려 부진하게 출발했지만 훈훈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시청률 20%를 넘는 확실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사 올리브나인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과 순손실이 누적돼 왔습니다. 결국 지난달 22일 기업의 계속성 및 경영의 투명성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 대상으로 결정됐습니다.

막장드라마로 불린 '아내의 유혹' 제작사 {스타맥스}도 2006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지난달 회계처리 위반 등으로 상장폐지 대상으로 결정됐습니다.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사들도 상황은 그다지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주몽의 공동제작사이자 '지붕뚫고하이킥', '추노'의 단독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 지붕뚫고 하이킥이 시청률 20%를 넘으며 1위를 달리고 있고, 추노도 얼마 전 평균시청률 32.2%를 기록했다고 하죠. 추노는 광고 매출만 70억원을 돌파하고 일본, 대만, 홍콩 등 해외 6개국과 해외 판권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러나 초록뱀미디어는 계속되는 적자와 경영권 분쟁 등 내홍까지 겹치며 시가총액이 100억원대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한류(韓流)대작 '태왕사신기'를 만들며 당당히 증시에 입성한 김종학프로덕션도 투자자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고, 결국 꿈을 '체인지'해야 했습니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으로 유명한 김종학 감독은 광개토대왕의 대륙정복을 판타지 서사 드라마로 다룬 '태왕사신기'로 다시 찬사를 받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습니다. 그러나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유상증자 청약률 0%의 수모를 겪기도 하면서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습니다. 결국 수소에너지 사업, 교육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더체인지}'라는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배우 하지원, 김남주, 김승우, 이하나 등이 소속된 {스타엠}도 적자가 누적되자 감자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경영진과 소액주주들간의 대립도 심화된 상태죠. 지난 주말 현재 시가총액은 200억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터기업이 이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탄탄한 아이돌 그룹들이 소속된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실적과 주가 모두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방신기'가 계약분쟁 등으로 홍역을 겪었지만 소녀시대와 슈퍼쥬니어가 선전하고, 샤이니 등 신예도 가세했습니다. 결국 지난 2008년 16억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93억원 흑자를 거뒀습니다. 매출액도 434억원에서 618억원으로 급성장했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호평을 쏟아냈고, 에스엠 시가총액은 1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네오위즈벅스}라는 든든한 우군도 얻었죠.

방송업계 주변에서는 공중파방송사의 비현실적인 제작비가 외주제작사의 경영난을 초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공중파 방송을 두고 '아이돌 방송'이라는 비아냥도 들립니다.

요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그맨 박성광씨의 대사가 유행하고 있죠.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나 투자자들이 보기엔 '아이돌과 공중파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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