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용 원작자가 본 영화 '구르믈~' "..."(인터뷰)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04.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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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기대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지난 19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2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조선 선조시대, 혁명을 꿈꾼 검사 이몽학(차승원), 이를 만류한 맹인검사 황정학(황정민), 이몽학에게 아버지를 잃은 서자 견자(백성현), 이몽학을 사랑한 기생 백지(한지혜)의 얽히고설킨 이야기.

만화 원작자인 박흥용씨는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이날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는 박흥용 작가를 20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박 작가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비롯해 '내 파란 세이버' '경복궁 학교' '그의 나라' 등을 내놓은 대한민국 '작가주의 만화'의 대표주자다.


-영화 어떠셨나요.

▶처음부터 "원작에 얽매이지 말고 영화쪽 동네 룰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영화로만 보면 짜임새를 갖춘 작품입니다. 드라마 구성도 다 갖췄고요. 만화 원작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요.


▶취향의 문제겠죠. 하하.

-원작에는 가희, 대쪽, 백지, 그리고 오위부장의 손녀 등 총 4명의 여인이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백지만 나오는데요.

▶(만화처럼) 긴 얘기를 하려면, 중간중간에 전신주가 필요합니다. 긴 메시지를 전하려면 인물들이 전신주처럼 박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너무 촘촘하면 경제적 손실이 나고, 너무 멀면 강풍에 못 이기고 끊어져 버리죠. 2시간짜리 영화에서는 이 4명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메시지 손실 때문에 1명으로 줄인 듯합니다. 욕심이라면, 기생의 아들 견자가 기생인 백지를 통해 서로 교통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크게 다뤄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백성현이 연기한 견자는 어떠셨나요.

▶제 취향은 아니죠(웃음). 아시겠지만 원작에선 기성세대에 편입할 수 없는 그야말로 개 같은 존재로 나옵니다. 그런 그가 세상에 절망하려다 보니 같은 처지를 개척하는 두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이몽학과 황정학이죠. 이몽학은 세상을 뒤집으려 하고, 황정학은 그 이전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영화속 이몽학, 황정학은 어떠셨나요.

▶이몽학은 조선시대에 반란을 일으킨 실존인물입니다. 영화는 이 이몽학이라는 큰 엔진으로 움직이는 작품입니다. 견자나 백지나 황정학 모두 이 이몽학을 쫓는 형국이죠. 정여립을 죽인 원수로서 이몽학을 쫓는 황정학, 애인으로서 그를 쫓는 백지,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서 쫓는 견자. 황처사 황정학 역시 실존인물입니다.

-왜 하필 선조시대를 배경으로 했나요?

▶조선시대에 일반인들은 칼을 마음대로 못 차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기성세대에 편입하지 못한 이몽학과 견자, 황정학이 칼을 마음대로 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국가 전시상태가 필요했습니다. 이게 허용된 시기가 바로 선조시대, 임진왜란 전후였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것인데 왜 표기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하셨나요.

▶한글 초기 때는 맞춤법이 없었고 발음 나는 대로 적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표기음을 쓴 겁니다.

-원작에서 오위부장의 손녀는 왜 끝내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까요.

▶당시 여자가 자기 이름을 알려주면 청혼의 의미였습니다. 만화 끝에 오위부장 손녀가 자기 이름을 밝히려 한 것은 견자와 그녀, 둘의 관계가 그만큼 진전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견자 아랫입술은 왜 그리 두껍게 그리셨나요.

▶그림 그리는 후배들 중에 견자 닮은 놈이 있어요(웃음).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원작에서는 지팡이, 칼, 간난아이를 매단 기저귀 끈 등의 의미가 사뭇 깊습니다. 이들이 모두 한계이자 자유라는 역설이 감동 깊은데요.

▶그렇죠. 황정학의 지팡이와 칼은 (앞을 못보는) 자신의 한계이자 자유를 찾아가는 도구이고, 견자의 칼 역시 마찬가지이죠. 다만 두 사람이 이 칼과 지팡이로 자신들의 한계(앞을 못보고, 서자 출생이라는)이자 자유를 설정한 이는 누구인가 찾으려 한데 비해, 이몽학은 그 한계를 이 칼로 뭉개려 한 점에서 차이가 있죠.

-모토사이클 마니아이시니 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요새는 너무 바빠서 안타고 있어요. 집에는 예전에 타던 할리 데이비슨 883이 계속 서 있습니다.(웃음)

-차기작은요.

▶프랑스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서 '6일천하'와 '쾌지나 칭칭'이라는 작품을 준비중입니다. 이번 달 마감해서 둘 중에 한 작품이 프랑스와 한국에서 출판될 예정입니다. '6일천하'는 주인인 부모가 자리를 비운 만화가게를 점령한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의 6일 천하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29일 '아이언맨2'와 맞붙습니다.

▶입담꾼을 기다리는 관객이라면 저희 영화를 기다릴 것이고, 비주얼 이미지에 익숙한 분들은 그쪽 영화를 더 볼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선 우리 영화에 더 많은 관객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화 보시면 원작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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