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 남규리 "영혼연기, 소외감 들어요"①

배선영 기자 / 입력 : 2011.04.0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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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규리ⓒ이명근 기자qwe123@


배우 데뷔 이제 2년 차. 김수현 작가의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양초롱의 흔적이 채 잊혀지지 않았는데 남규리는 벌써 차기작을 택했고 이번에는 당당히 주연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남규리가 여주인공 신지현을 연기하는 작품은 SBS 수목드라마 '49일'. 1회부터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비운의 여주인공이다.


영혼으로 떠돌게 된 지현은 이경(이요원 분)이 잠이 든 동안에만 그녀의 육체에 빙의해 남은 49일을 살아간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 3명이 진정이 담긴 눈물을 흘린다면 다시 부활하게 되지만, 눈물이 없다면 저승으로 가야 한다.

이경에 빙의된 지현 역은 이요원이 연기한다. 남규리는 배회하는 지현의 영혼을 연기한다. 여주인공이지만 어딘지 모호하다. 생전(?) 자신을 사랑했던 약혼자 민호(배수빈 분)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절친한 친구 인정(신지혜 분)은 물론, 아빠 엄마와 손을 잡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따라서 극중 남규리는 오로지 스케줄러(저승사자) 역의 정일우와만 대사를 치고받을 수 있다. 나머지 배우들과 만나는 접점은 회상신이 전부다.


남규리는 지난 1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영혼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힘들어요. 생각보다. 사실 처음에 대본만 봤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촬영하면 소외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나는 뭐라고 이야기 하는데 무표정하게 지나쳐 가버리고 말하는 템포감이나 리듬감도 혼자 극복해야 하는 거니까.. 주거니받거니가 안되잖아요. 혼자 호흡을 완성시켜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되게 외롭다는 생각도 들게 되고...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데 역할이 그러다 보니 정말 영혼 취급을 받게 돼요."

그나마 자주 만나게 되는 정일우와의 신, 또 회상신 속 조현재와의 만남은 늘 반갑다.

"실제 느껴지지 않던가요? 정일우씨가 갑자기 등장하면 제 표정부터 달라지지 않아요? 너무 반가운 거죠. 한강(조현재 분) 오빠와 고등학교 신 찍을 때는요. 데굴데굴 구르는 신...(웃음). 상대배우와 그렇게 밀착된 신은 처음이었어요. 당황도 되고 얼굴도 빨개졌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한 번은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내가 너무 웃어 혹시 스태프들이 (정일우나 조현재를) 좋아한다고 착각하지는 않을까. 같이 할 때와 혼자 할 때 너무 내 분위기가 상반되니까. 성격이 좀 분위기와 사람을 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녀 이름을 내건 첫 주연작이다. 부담이 그 작은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는 지금의 남규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연기에 대한 모든 질문에 그녀는 단 한 번도 타인에 대한 평가를 말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그 자신의 아등바등 생생한 모습만을 들려줬다.

"미니시리즈는 혼자에요. 누구 하나 여기 틀렸어 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하고나서 잘 한 건가 아님 이상한가.. 혼자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집에 가면 내일 대사를 외워야 하잖아요. 전 다시 오늘 대본을 봐요. 혹 실수한 게 없나. 잘못한 게 없나 하고. 지현의 상황이 그러니 감정이 잘 안 잡힐까봐 단 음식도 피하고 밥을 굶기도 해요."

이제 연기 데뷔 2년차의 초보 배우가 현장에서 느낀 '연기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물어보니 "힘을 더 많이 주고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사실 살짝 덜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왜 다들 연기는 70%만 하라고 그러잖아요. 좀 더 제 자신을 상황 속에 던지는 거죠. 또 빨리 뭔가를 캐치하는 센스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감독의 디렉션이 있을 때, 거기에 따른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집중력이죠"라 말한다.

그래도 남규리는 든든한 자기편이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모녀지간으로 나왔던 선배 배우 김해숙을 비롯, 그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이 남규리를 응원해주고 있다.

워낙에 우는 신이 많았던 '49일'에서 '어떻게 해야 예쁘게 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남규리가 손을 내민 것도 김해숙.

"지금은 진심으로 하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처음부터 그게 다 되는 사람은 없어. 그 역할에 몰입해 그 감정으로 연기를 잘 하면 다 예뻐 보여. 못난이도 예뻐 보이는 법이니까 표정에 너무 신경쓰지 마렴'. 그렇게요."

든든한 후원자들이 뒤에서 응원을 해주니 지금 당장 외롭고 힘들어도 그녀는 믿는다. 이 모든 것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맞아요. 그거 믿고 있어요. 정말 믿어요. 분명 힘든 것은 보답이 와요. 잘 해내면."

필모그래피를 채운 작품 수가 이제 겨우 2개째인데도 불구, 남규리는 믿음을 주는 배우다. 그녀 특유의 긍정성에 더해 연기를 향한 진심이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골몰하기보다 자신에 집중하는 그녀.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 세 번째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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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규리ⓒ이명근 기자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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