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기수 "男성추행범 오명..자살도 생각"①(인터뷰)

분당(경기)=김수진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1.04.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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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기수가 20일 오후 법원의 선고 직후 스타뉴스와 만나 심경을 밝히고 있다 ⓒ분당(경기)=홍봉진 기자


"어느 순간부터 난 이미 남자를 성추행한 추악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동성애자도 이미 되어 버렸다. 이런 오명은 내 심장에 비수가 됐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20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호 법정에 개그맨 김기수가 슬픈 눈빛으로 들어섰다.


김기수는 지난해 5월 작곡가 지망생 L씨로부터 술을 먹은 상태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당했다. L씨는 고소장에서 경기도 판교 김기수의 집에서 술을 먹고 잠을 자는 도중 김기수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남자 성추행범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수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결과는 무죄였다. 김기수는 공판이 끝나고 법정 문을 나서며 1년 6개월여 만에 입술에 작은 미소를 보였다. 뜨거운 눈물도 흘렸다. 김기수는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죄가 선고됐고, 김기수의 오명도 벗겨졌다. 허나 오늘이 오기까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멍들어가고 식어간 마음을 누가 알까.

이날 오후 경기도 분당 모처의 한 카페에서 김기수를 만났다. 무죄 선고직후 취재원에게 짧은 소감을 밝힌 이후 스타뉴스와 단독으로 진행된 그의 심경고백이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기자와 마주한 김기수는 그간의 고통을 쏟아냈다.


"(무죄는)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동성애자도 아니고, 성추행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마음을 너무 다쳤다. 오해가 풀려 기쁘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다. 만약 유죄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 비로소 오해가 풀리니까 홀가분한 심정이다. 여기저기 축하 전화가 많이 왔다. 저보다 주변 지인들이 더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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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기수가 20일 오후 법원의 선고 직후 스타뉴스와 만나 심경을 밝히고 있다 ⓒ분당(경기)=홍봉진 기자


협박 6개월 그리고 1년간의 법정 공방은 김기수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안겼다.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게 그에게는 최선이었다.

"사실 자살 기도를 했었다. 친구가 전화통화하다 느낌이 이상하니까 바로 집으로 달려왔다. '뭐하는 짓이냐'며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게 지난해 4월이었다. 직전에 일주일 동안 협박을 당했다. 그런 것을 당한 적이 없었는데, 사실이 아닌데 죽을 만큼 괴로웠다. 그들은 내 연예인 생활을 끝내겠다고 협박했다. 그 때 자살기도를 했었다. 최선이었다."

김기수는 믿었던 동생들한테 당한 것이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이번에 그를 고소한 L씨나 그가 추행했다고 진술한 관련자들은 모두가 그가 평소에 친동생처럼 아끼던 이들이다.

"연예인은 사회성이 떨어진다. 매니저가 해주는 스케줄에, 매니저가 해주는 밥에, 그러다 보니 사회성이 없었다. 그러니 이런 일이 생기면 연예인은 당하고 시키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연예인들의 생리를 아는 그들은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만신창이가 내 무죄를 몸소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김기수는 "나는 톱스타도 아니고 생활형 연예인이다. 작은 루머도 내게는 큰 피해다. 소문으로 인해 단박에 무너져 버리는 게 연예계다"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그런 루머 상처 받는 게 두려웠다. 돈을 주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그 말이 '예루살렘에 예수님이 강림한 것'같은 느낌이었다. 미친 듯이 그들에게 줄 돈을 찾아 헤맸다. 지인에게 대출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기도 했다. 보이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닌 걸 깨달았다. 이렇게 당하면 또 당할 수 있고, 자신이 당하면 또 다른 연예인들이 같은 일로 고통 받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 결국 정도를 택했다.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진실을 밝히겠다"고 결심했다.

"만신창이가 되더라고 명예를 찾고 싶었다. 금전적인 피해가 얼마가 되던 명예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돈 주고 타협할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싸웠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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