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사랑', 1편 TV판'하모니'…"난 죄많은 엄마"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5.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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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 많은 엄마 입니다."

2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0층 회의실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2011 MBC '휴먼다큐 사랑' 첫 번째 에피소드 '엄마의 고백'이 공개됐다.


21살인 정소향씨는 절도 및 사기 등으로 1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런데 소향 씨에게는 다른 재소자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17개월 된 딸 가은이가 있다는 것.

가은이는 지난 2009년 7월 28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태어났다. 의지할 일가친척 하나 없는 고아인 정소향 씨에게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 생긴 순간이었다. 소향씨의 딸 가은이는 희망이라는 태명답게 교도소 안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염시키는 존재로 자라났다.

정소향 씨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림받았고, 입양됐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 양부모가 이혼하면서 집을 나왔고, 이후 10곳이 넘는 청소년 보호 시설과 찜질방,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결국 절도죄로 감옥에 오게 된 가은엄마. 그녀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건 교도소 수감 시 재소자에게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였다. 임신 5개월이었다. 가은아빠에게 임신사실을 알렸지만 아이를 지우라는 말만 전해 들었다. 가은엄마는 홀로 출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교도소에서 아이를 키우는 소향 씨를 보며 주변에서는 모두 가은이를 입양 보낼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버림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가은엄마는 아이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교도소 내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유아용 식사가 따로 나오지 않아 모든 반찬을 물에 헹궈 먹이고, 얼음장 같은 물에 손빨래하고, 영치금을 아끼고 아껴 가은이에게 삶은 달걀을 사 주며 미안해하는 그녀는 '엄마'였다.

소향씨가 어린나이에 삭막한 교도소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바로 가은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은이는 그녀가 살아갈 이유였다. "미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제 미래를 몰라서 답답해요. 그냥 눈뜨니까 일어나는 거고, 일이 있으니까 하러가는 거였죠. 딸이 있으니까... 밥 먹는 거고요."

그러나 18개월 이상인 아이는 더 이상 교도소에 둘 수 없다. 그것이 소향 씨의 가장 큰 고민. 3월에 만기 출소인 소향 씨는 아이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0년 12월 24일, 소향 씨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찾아왔다. 가석방 대상자로 분류돼 가은이와 함께 출소할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갈 곳 없는 고아 소향 씨에게 출소는 두렵고 막막한 현실. 과거 지냈던 한 청소년보호시설의 선생님들에게 부탁해 경기도 동두천의 한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살이'처럼 살아왔던 소향 씨는 자신의 그런 과거 때문에 딸 가은에게 인생의 큰 숙제와 결핍을 안겨준 것 같아 늘 미안하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마라는 이름을 믿고 오늘도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혈혈단신 세상에 홀로 서야 하는 어린 엄마 정소향씨의 눈물겨운 싸움을 '휴먼다큐 사랑'에서 전한다.

연출자 이모현 PD는 "처음엔 청주남자교도소에 계신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신부님을 통해 섭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말로 여자교도소에 아이 엄마가 있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래서 교도소에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요청을 했고, 교도소 측에서 주선을 해 주셔서 만날 수 있었다"라며 섭외 배경을 밝혔다.

기존 '휴먼다큐 사랑'의 달리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가 눈길을 끄는 것과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해피엔딩을 찾은 것은 아니다. 찾다보니 이 아이템이 좋았다. 비록 교도소에 있는 엄마지만, 그녀의 삶을 무겁게 다루고 싶지 않았다.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인데, 따뜻하고 사랑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정성후 CP는 "세상이 팍팍해서인지 울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고, 그런 기대감을 갖고 '휴먼다큐 사랑'을 보시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을 받았다.

이어 "어쩌면 진화발전 한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변화일 수도 있다. 요즘 가족의 형태가 과거의 모습과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가족도 있다. 그 형태와는 달리 모든 가족들이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또 행복을 찾기 때문에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도소에서 사는 모녀 소향 씨와 가은이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다큐 사랑' 첫번째 에피소드 '엄마의 고백'은 오는 6일 전파를 탄다. 이어 불치병에 걸린 딸 서연이와 엄마의 병원 일기를 그린 '아야, 아파'가 13일, 백혈병에 걸린 엄마의 출산기를 담은 '어서와 복실아'가 20일, 고 최진실 최진영 남매의 엄마 정옥숙 씨의 이야기 '진실이 엄마'가 27일 매주 연속으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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