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 남자' 유준상이 말하는 홍상수 영화는?(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9.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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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유준상은 홍상수의 남자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에 이어 최근 개봉한 '북촌방향'에 이자벨 위페르와 찍은 '다른 나라에서', 그리고 정유미와 찍은 신작 '리스트'까지 무려 5편을 함께 했다. 김상경이 홍상수 영화 전반부의 페르소나였다면 유준상은 최근 몇 년간 단연 홍상수의 남자로 꼽힌다.

지난 8일 개봉한 '북촌방향'은 19일까지 2만2000명을 불러 모으며 '아트버스터'라 불리고 있다. 유준상은 '북촌방향' 흥행에 누구보다 반가워하고 있다. 그는 영화에서 홍상수 감독 특유의 찌질한 남자를 대변하며, 또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홍상수 감독은 김상경을 자신의 붓으로 쓸 땐 배우와 영향을 나누며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유준상을 주인공으로 택한 요즘 영화에선 주인공이 누가 됐든 붓 가는 대로 영화를 완성한다.

배우로선 즐거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유준상은 마냥 반가워한다. 유준상은 여실한 홍상수교 신자다. 그는 어느 순간 홍상수 감독과 닮아가고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입 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까지도 점점 닮아간다. 음악과 미술, 글까지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이 배우는 홍상수란 세계에서 놀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영광인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대본을 받아봤는데 눈이 오는 걸 쳐다본다는 장면이 있었죠. 아시다시피 홍상수 감독 영화에 강설기를 쓸 돈은 없잖아요. 없으면 없는 대로 가는 거지 싶었는데 막상 그 촬영할 때 눈이 내리더라구요."

홍상수 감독이 바람을 노래하면 바람이 일고, 눈을 이야기하면 눈이 온다는 전설의 시인이 됐다는 감탄이랄까.

유준상은 "공연을 하면 매일 매일이 중요하죠. 하루도 다른 날이 없어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 신의 목표는 그저 감독님의 OK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서 "내가 결혼을 했던가, 아이는 있던가"라고 말했다가 부인 홍은희 '여사님'한테 혼이 났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매년 여름, 다른 사람들이 휴가를 다녀올 때 유준상은 홍상수 감독 영화를 찍는다. 자비를 털어서. 배우로서 또 다른 휴가라고 할까.

유준상은 "휴가라고 하기엔 정신적 육체적 소모가 너무 많아서리"라고 넉넉하게 웃는다.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홍상수 감독님 영화가 익숙해지면 더 이상 그 분 영화를 찍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무대가 익숙해지면 더 이상 무대를 설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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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홍상수 감독 영화는 유준상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5편을 함께 해도 홍상수 감독 영화는 여전히 올라가면 또 다른 고개가 보인다. 유준상은 "이번 영화도 엔딩이 고현정과 사진 찍는 게 아니었다"며 "다시 고갈비집으로 가서 술을 또 한 잔 하는 내용이 엔딩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바뀌었더라"고 말했다. 반복과 우연이 겹치지만 똑 같은 반복은 없다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만 내리 찍으면 배우로서 감사하지만 생활인으로선 힘들지 않을까.

유준상은 고개를 내젓는다. 여러 감독들과 작업을 하는 데 무슨 소리냐는 말이 뒤따른다. 실제 유준상은 홍상수 감독과 '하하하'를 찍고, 강우석 감독과 '이끼'를 찍었다. 유준상은 상업과 비상업을 오가며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배우다.

현재 유준상은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 등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민병훈 감독의 '터치'를 찍고 있다. 뮤지컬 '삼총사'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동료 감독과 함께 하고 있다.

조만간 동화책도 낼 예정이다. 캐나다를 버스로 여행하면서 생각했던 단상과 그림을 모아서 "어른들이 볼 수 있는 동화"를 준비 중이다.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1977년 작품인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얼마 전에 다시 봤다. 30년이 흘렀지만 처음 봤을 때와 시간이 흘러서 봤을 때 또 달랐다.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도 그런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성장한 뒤에 보면 또 다른 영화."

유준상은 분명 홍의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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