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의 오디션? 진실의 오디션!

[박근태의 트렌드 브레이크]

정리=길혜성 기자 / 입력 : 2011.11.2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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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3'의 울랄라세션(위)와 버스커버스커 ⓒ스타뉴스


유명 작곡가 겸 실력파 프로듀서 박근태(39)가 가요팬들 및 스타뉴스 독자들을 위해 시작한 '박근태의 트렌드 브레이크' 6번째 시간. 이번에는 최근 가요계와 방송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바야흐로 오디션의 시대다. 그러나 사실 '슈퍼스타K'나, 그 원형이라고 흔히 말하는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식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은 획기적일만큼 그 전에 없던 콘셉트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198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타 서치(Star search)'라는 프로그램이 그랬고, 우리나라엔 '대학가요제'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왔다. 방법과 뉘앙스는 달랐지만 방송용 공개오디션이 획기적인 개념 자체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본격적인 유행이 되고 재조명이 됐을까.

그건 바로 캐릭터의 생성이 아닐까 싶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1차원적으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을 나열해 놓고 그 안에서 경연이나 토너먼트를 통해 승자만을 가려냈다. 그리고 우승자는 가수 데뷔의 특전을 그저 덩그라니 받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르다. 이건 마치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과도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동안 긴 호흡을 가지며 참가자마다의 캐릭터를 발견해주고, 그 캐릭터를 성장시켜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경연을 치루는 동안 때론 악역도 등장할 수 있고, 민폐 캐릭터도 발견되며, 대체적으로 1등에 가까운 주인공 캐릭터들은 그 안에서 의외의 매력을 지닌 인물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가장 중요한 점은 드라마나 게임과 달리 대본이 없다는 것이다. 대본이 생기는 순간 그들만의 리그는 깨져버린다. 물론 제작사가 개입돼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긴 하지만 순전히 그 안에서 가혹한 음악적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캐릭터성에 의존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인기 끌었다는 '슈퍼스타K2'의 허각이 그랬고, 허각과 함께 좋은 러닝메이트 역할을 했던 존박이 그랬고, 이번 '슈퍼스타K3'의 울랄라 세션과 버스커 버스커가 그랬다.

버스커 버스커에겐 예리밴드의 경연 포기라는 돌발 사태로 인한 추가 합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행운의 캐릭터가 쌓였고, 울랄라 세션에겐 이젠 다 알려졌듯 개인적인 투병이 알려지며 그들 안에 끈끈한 이야기를 더했다.

물론 이제는 캐릭터성, 스토리성으로 흘러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반대로 염증을 느끼거나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여론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의 진정성보다는 개인적인 성장 스토리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것 또한 문제다. 그렇지만 예쁘고 잘난 아이들만 뽑아가는 주류의 가요계에서 배제 당하고 상처 받은 절박한 그들에게 그들만의 절절한 스토리 라인마저 말하지 말라고 다그친다면 그 또한 너무 매정하다.

지금의 오디션 열풍은 스토리 라인에 기인한다. 핸드폰 외판원으로 36년의 시간을 보내다 기적 같은 목소리를 들려준 폴 포츠가 그랬고, 심사위원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만도 5분이 걸릴 만큼 말이 서툰 언어 장애인 가레스 게이츠가 그랬다. 다만 그들에게 이야기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자신의 인생이었으며, 자신의 실력이었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오디션 붐에 정말 상처받고, 세상의 기대조차 받지 못했던 은둔의 고수들이 전부 등장해 주길 기대한다. 그게 바로 'K-POP'의 밑바닥에서 저력을 만들고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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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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