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RPG형 新블록버스터라는 양날의 검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12.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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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의 7년만의 야심작 '마이웨이'가 드디어 첫 선을 보였다.


'마이웨이'는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하던 강제규 감독이 국내로 돌아와 절치부심하며 만든 대작. 국내 최대 제작비인 280억원이 투입됐다. P&A 비용을 포함하면 350억원 가까운 돈이 든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중일 톱스타가 출연했으며,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제작보고회를 갖는 등 그동안 숱한 화제를 모았다.

그런 만큼 13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기자시사회는 수많은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이 몰렸다. VIP시사회를 안하기로 해 왕십리역부터 영화 관계자들이 줄을 설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공개된 '마이웨이'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한국 블록버스터의 지평을 넘어섰다.


아낌없는 물량을 쏟아 부은 전쟁 블록버스터의 위용과 적에서 친구로 변해가는 두 청년의 진한 드라마를 동시에 과시했다.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며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 군복을 입어야 했던 식민지 조선과 일본의 두 청년, 김준식(장동건 분)과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 분)가 주인공. 어린 시절 달리기 친구이자 유망한 양국의 마라톤 선수였던 두 사람은 두 사람은 전쟁 속에 만주와 시베리아를 거쳐 노르망디까지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강제규 감독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장인답게 노련한 솜씨를 선보였다. 탱크를 내세운 만주에서의 전투신, 시베리아 벌목장의 패싸움, 독일군과 소련군의 시가전, 마지막 노르망디 상륙작전까지 매 전투마다 특색을 살렸다. 앞서 공개한 8분 하이라이트 영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전투신을 실감나게 그렸다.

특히 노르웨이 전투 장면은 별도로 제작팀을 준비했던 만큼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는 또 다른 장관을 이룬다.

문제는 각 전투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 마치 RPG게임처럼 전투가 끝나면 한 스테이지가 정리되고, 또 전투가 끝나면 또 다른 스테이지가 정리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긴 여정을 145분 안에 담아야 했기에 선택한 방식이었겠지만 이런 방식은 주인공들에 감정 몰입을 방해한다.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처럼 주인공들은 각 스테이지를 통과할 때마다 변화하고 성장하지만 주인공 김준식 캐릭터만은 시종일관 변함없다. 끝까지 신념을 지킨 인물을 그렸다지만 지나치게 평면적인 캐릭터라 상대적으로 큰 변화를 보인 하세가와 타츠오에 빛이 바랜다. 오다기리 조의 연기는 팬들이라면 찬사를 쏟을 만하다. '안똔' 역으로 나오는 김인권은 그의 장기가 코미디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입증했다.

또 두 주인공이 전투에 직접 가담하기보단 전투에서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압도적인 전투 장면에 몰입하는데 거리를 두게 만든다. 전투를 스펙터클하게 묘사하는 전쟁영화에선 관객은 주인공을 따라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마이웨이'는 남의 전쟁에 억지로 끌려온 조선청년과 전쟁이란 미친 짓이란 것을 깨닫게 되는 일본청년의 이야기이기에 전투 자체에 거리를 두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영화적인 미덕이지만 전투장면을 지루하게 느끼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웨이'는 시작부터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이다. 긴 구상과 고난의 행군이었다. 워너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고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하려 했지만 틀어졌다. 투자사 SK가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CJ E&M에 손을 내밀어 비로소 첫 삽을 들 수 있었다. 당초 초고를 썼던 김병인 작가와 불화를 겪으면서 제작금지가처분신청을 당하기도 했다.

인고 끝에 탄생한 '마이웨이'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영화다. 장점이 단점보다 많은 영화다. 현재 한국영화 블록버스터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에 달한 영화다. 대사의 상당 부분이 일본어라 자막을 읽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보여준다. 한국을 넘어서 일본과 중국, 아시아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웨이'는 신(新) 블록버스터다.

'마이웨이'는 일본에선 내년 1월14일, 중국과 미국에서도 개봉 일정을 속속 잡고 있다.

장점과 단점, 전투 장면 등 볼거리는 참 많은 이 영화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분명한 건 관객의 눈높이는 '태극기 휘날리며' 때보다 높아졌고 달라졌다.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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