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현 감독 "김소연, 전도연·심은하 못지않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3.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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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장윤현 감독은 '접속' '텔 미 썸딩' '황진이'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함께 하거나 당대 최고 여배우를 발굴했다. 전도연과 심은하, 그리고 송혜교. 장윤현 감독은 섬세하거나 선 굵은 이야기 속에서 빛나는 여배우를 끌어냈다.

이번엔 김소연이다. 장윤현 감독은 15일 개봉하는 영화 '가비'에서 그동안 스크린에서 잊혀졌던 배우 김소연을 발굴했다. 커피의 한자 음차인 '가비'는 고종 독살음모를 둘러싼 남녀의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화적 생활을 하던 일리치(주진모)와 따냐(김소연)가 일본군에 잡혀 고종을 독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김소연은 조선의 몰락을 막으려 애쓰는 고종(박희순) 곁에서 커피를 내리며 갈등한다.


장윤현 감독은 그 과정을 힘든 여건 속에서도 처음과 끝을 조화를 이루며 잘 지켜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커피를 내리는 과정도, 결국 만든 사람 자체를 내린다는 그에게서 '가비'에 대해 그리고 김소연에 대해 물었다. '가비'는 첫 맛은 쓰되 바디감이 묵직하며 잔향이 명징하다.

-여배우가 이다해에서 김소연으로 바뀌고 제작 과정도 지난했다. 감독으로서 힘든 과정을 겪었는데.


▶감독 뜻대로 모든 것이 되는 건 아니니깐. 감독은 그 과정에서 선장으로서 조정 역할을 잘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황진이'에 이어 또 사극이다. 영화로 사극을 하면 TV와 달라야 해서 어드벤처나 에로나 코미디이기 쉬운데 '가비'는 그렇지 않다. 또 여자가 중심인 이야기인데.

▶또 사극을 해야지란 생각은 없었다. '황진이'는 원작이 너무 좋았고 '가비'는 고종이 커피를 좋아했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그러니 여자가 중심인 이야기는 아니다. 김탁환 작가가 '노서아 가비'를 쓰기 전에 트리트먼트를 보여줬다. 그 때는 따냐와 일리치의 이야기였다. 난 왕을 속고속이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왕이 커피를 마신다는 상황에 주목했다. 명성황후 시해 후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긴 고종이 어떤 의미를 담아 커피를 마셨을까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우석 감독님도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나중에 고친 이야기를 듣고선 '남들이 하는 엄한 이야기 듣지 말고 밀어붙여'라고 하셨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있으면서 일본 몰래 무기를 사려하고 의병을 조직했다는 유쾌한 상상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고종이 독을 탄 커피를 마셨다가 뱉었다는 기록이 있다. 일설에는 러시아에서 그랬다는데 생각을 해보면 '러시아가 당시 뭐가 아쉬워서 그랬을까, 결국 일본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환궁을 한 뒤 4년간 미뤘던 명성황후 장례식을 치르고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그런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엔딩에 조선 최초의 커피숍이라고도 할 수 있는 덕수궁 정관헌을 삽입했는데. 의도는 명확한데 너무 명확해서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있는데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최종결정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신 이유, 그리고 지금은 빌딩 속에 둘러싸여 있는 정관헌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1박2일'에서 고종이 커피를 즐겨 마셨단 이야기가 나왔고, 정관헌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런 사실은 몰랐다. 아무래도 고종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정관헌은 꼭 소개해야 할 부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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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전도연 심은하 송혜교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과 작업을 했는데. '가비'의 김소연은 어땠나.

▶'접속'을 통해 한석규와 전도연이 그랬듯이 '가비'를 통해 여자배우를 발견하고 보너스가 되길 바랐다. 그 점에서 김소연은 예전에 함께 했던 여배우들 못지않았다. 내가 데뷔를 준비할 때 촬영감독의 전작을 보기 위해 '체인지'를 봤었다. 그 때 김소연을 처음 봤다. 그 인상이 무척 깊어서 이번에 같이 하자고 했다. 김소연은 나 몰래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연출부와 따로 막걸리를 먹기도 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김소연에 무장해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주진모와 박희순은 어땠나.

▶주진모는 오해가 많은 배우다. 이번에 일하면서 까칠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졌다.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 몇몇 장면들은 주진모가 아이디어를 내고 김소연과 상의해서 만들기까지 했다. 박희순은 뭐, 고종 두 번째 장면 촬영할 때부터 '그냥 믿고 가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최고다.

-투자 문제로 제작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못 찍은 장면도 있고. 제작까지 했던 감독으로서 힘든 부분이 있었을텐데.

▶놔버릴까 생각을 할 때도 있었고 아예 독립영화부터 다시 시작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했고 그렇게 해서 찍은 좋은 그림들이 너무 아쉬웠다. 지금 이렇게 나올 수 있게 된 게 기적이고 또 배우들 덕이다.

-커피 관련한 에세이도 썼는데. 커피와 영화는 닮았나.

▶그렇다. '가비'에 그런 대사도 나오지만 커피는 내리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마시는 건 브레이크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영화 역시 일상에 휴식 같은 의미를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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