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조용한 8주년이 씁쓸한 이유

[기자수첩]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5.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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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MBC 장수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가 8일 8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7일 387회 방송은 흔한 자축 멘트 하나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해맑게 8주년을 자축하기엔 '놀러와'가 처한 상황이 꽤 심각하다.

2004년 5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김원희 유재석의 놀러와'는 이후 8년을 변함없이 월요일 11시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다. 동갑내기 MC 유재석 김원희를 비롯한 허물없는 진행자들이 매주 새 손님들을 맞아 이야기꽃을 펼치는 이 프로그램은 사랑방 같은 편안함과 부담 없고도 진솔한 이야기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런 '놀러와'가 위기에 빠졌다. 대국민 토크쇼를 내세운 KBS 2TV의 '안녕하세요'와 게스트 1인 밀착 토크쇼인 SBS '힐링캠프'의 거센 추격 속에서 지지부진 하는 사이 예견된 위기였다. 슬금슬금 경쟁작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지난해 말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더니, 지난달에는 3.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라는 굴욕적 시청률 성적을 받아들었다.

'놀러와'는 긴 시간 비슷한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작은 변화들로 제 색깔을 유지해 왔다. 톡톡 튀는 기획섭외와 공들인 빅 게스트들은 늘 '놀러와'를 주목하게 했다. 세시봉 신드롬이 그 속에서 나왔고, 김연우 고영욱 장윤주 등 예능 샛별들이 그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획섭외는 이제 '놀러와'만의 것이 아니며, 일반인의 사연을 널리 모으거나 한 스타를 깊이 파고들어가는 경쟁 프로그램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놓였다.

그러나 지난 1월30일 시작한 파업으로 길찾기는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 파업에 적극적인 예능국은 이래저래 예의 주시 대상이라 결방 한 번 없이 이어진 '놀러와'조차 시청률이 한차례 급락하자 대번에 폐지설에 후속 프로그램 편성설까지 나돌 만큼 분위기가 흉흉하다. 그나마 이후 2회 연속 시청률이 상승했다는 점이 '놀러와'로선 다행한 일이다. 경쟁 프로그램과의 시청률 격차도 2%포인트 안팎으로 줄였다.


8일 MBC 노조 파업이 100일을 맞은 가운데 '놀러와'의 위기는 MBC 예능 프로그램의 현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무한도전'은 14주째 결방했고, 외주에서 통으로 제작한 프로그램들이 편성표를 채워가고 있으며, 그나마 있는 프로그램들은 툭하면 폐지설이다. 시청률도 하락했다. 이 위기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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